오늘 서울광장서 장례식
“부산항에 70년 만에 돌아오신 망자들을 위해 진혼제를 올립니다.”
일제시대 일본 홋카이도에 강제징용된 한국인 희생자 115명의 유골이 18일 부산항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처음 출국했던 곳도 부산항이라 의미는 각별했다.
‘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ㆍ유골 귀환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부산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인근 수미르공원에서 진혼제를 열고 이들의 넋을 기렸다. 정면 단상에 유골 115위(位)를 모신 진혼제는 일본 여정보고, 헌시, 헌가, 진혼굿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여정보고에 나선 일본 홋카이도 이치조지(一乘寺)의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 스님은 “한일 양국 민간단체의 십 수년 간 노력 끝에 유해를 모셔오게 됐다”며 “일본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춤꾼 오영숙씨가 진혼굿을 펼쳤다. 진혼제는 2시간 가량 이어졌다.
희생자들은 해방 전 부관연락선(부산-일본 시모노세키항 운항선)을 타고 부산항을 떠나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내린 뒤 각지로 흩어졌다.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 오사카, 가스폭발이 수시로 발생한 탄광촌 홋카이도 비바이, 기록적인 한파(영하 41.2도)가 몰아친 홋카이도 슈마리나이, 최북단 홋카이도 아사지노까지 곳곳으로 끌려갔다.
이날 돌아온 유골은 홋카이도에서 숨진 한국인들로, 구 일본육군비행장 건설(발굴유골 34위), 코겐지 안치 슈마리나이 우류댐 건설(발굴유골 4위), 비바이 탄광(발굴유골 6위), 혼간지 삿포로 별원(발굴유골 71위) 등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종교인, 전문가, 청년, 학생 등 민간단체들은 1997년부터 18년 간 유골 발굴에 몰두했다.
한국까지 비행기편으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하지만 ㈔평화디딤돌(한국)과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일본)은 11일부터 일본 홋카이도ㆍ도쿄ㆍ교토ㆍ오사카ㆍ히로시마ㆍ시모노세키 등 도시를 거슬러 부산항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을 굳이 택해 70년만의 귀환의 의미를 더했다.
진혼제를 마친 희생자 유해는 이날 오후 서울 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 본당의 빈소로 옮겨졌다. 장례식은 19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유해는 20일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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