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성씨, 수족관ㆍ식당 그림 전시도
“캥거루라고 해도 다 똑같지 않아요. 서부회색캥거루가 동부회색캥거루보다 색깔이 좀 더 짙어요. 코끼리도 마찬가지에요. 아프리카코끼리가 아시아코끼리보다 몸집도 크고 더 사나워요.”
본인이 그린 동물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수줍음은 잊은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눈을 맞추며 거침없이 이야기 한다. 발달 장애가 있지만 이제는 동물화가가 된 신수성(29)씨다.
신씨가 지금까지 그린 동물은 총 500여종. 이 가운데 해양동물 그림 54점이 이달 초까지 3개월간 서울 잠실에 있는 아쿠아리움에서 전시해 약 30만명이 관람했다. 최근에는 유통업계와 잇따라 손을 잡았다. 패션 디자이너 송자인과 협업한 의류가 나왔고,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김포점에도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신씨가 그린 동물 작품의 특징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호감을 준다는 것이다. 하나 하나 뜯어보면 동물의 표정, 자세가 다 다르다. 또 그림에 동물의 특징이 잘 녹아있다.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놀랠 정도다. 신씨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적어도 두 번 동물원을 찾아 몇 시간이고 동물을 들여다보고 대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물에 대한 지식이나 애정을 인정 받아 명예사육사 자격도 가졌다.
신씨가 동물화가가 된 데는 어머니 이정례씨의 노력이 컸다. 신씨가 유치원생이었을 즈음 남들보다 늦다는 것을 알아 챈 어머니는 낙담하지 않고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려고 애썼다. 이씨는 “수성이가 처음으로 집중한 게 일본원숭이였고, 그러고 난 뒤 엄마와도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며 “처음 배운 단어도 코끼리, 처음 그린 그림도 코끼리 기린 사자였다”고 말했다.
이후 신씨는 낮에는 동물원에 가고, 밤에는 동물도감을 보면서 그림을 그렸고 동물을 통해 한글을 깨쳤다. 재일동포인 이씨가 일본어로 된 동물책도 공수해온 덕에 일본어도 배웠다. 각 나라에 어떤 동물이 사는 지를 알아보면서 세계지도를 익혔다. 이후 김지영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의 눈에 띄어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신씨의 동물 그림 밑에는 한글, 일본어, 영어 순으로 동물 이름이 쓰여있다. 한글과 일본어는 크게 적혀 있지만 영어는 상대적으로 작다. 이씨는 “수성이가 한글과 일본어에는 자신이 있지만 영어는 잘 모르기 때문에 보고 써야 하는 부담이 커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신씨는 자신이 명예사육사로 있는 국내 한 동물원에 약 2,000종의 동물이 있는데 이를 차근차근 그려나갈 예정이다. 못다한 얘기가 있었는지 인터뷰 다음날 신씨에게서 긴 문자메시지가 왔다.“작은 동물원이든 큰 동물원이든 동물원을 짓는 게 꿈이에요. 꽃사슴 양 소 셰틀랜드포니 미니피그…(중간 생략)모두 키울 수 있으면 키울 거에요. 작은 동물원이든 큰 동물원이든 열게 되면 초대할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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