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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도 고용불안, 비정규직과 연대를

입력
2015.09.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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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사회 김혜진 지음 후마니타스 발행ㆍ250쪽ㆍ1만4,000원
비정규 사회 김혜진 지음 후마니타스 발행ㆍ250쪽ㆍ1만4,000원

도급ㆍ파견직ㆍ일용직ㆍ계약직 단시간 노동자ㆍ무기계약직ㆍ특수고용직…. 수많은 고용형태들로 분화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는 목소리는 하나다.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를 달라.” 사실 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3조에도 “모든 사람은 공정하고 유리한 근로조건에 관한 권리 및 실업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있다. 이 권리를 박탈당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버거운 짐을 감수하며 살아간다.

국내 한 대규모 공업단지에선 새로 노동자가 입사하면 사흘 동안 이름을 묻지 않는다. 그가 파견직이라서다. ‘곧 안 볼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는 건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 하지만 우리가 노동을 통해 얻는 건 돈뿐만이 아니다. 일자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그러니 잠깐 일하고 바로 사라지는 일자리는 사회적 관계망을 훼손하는 주범이다.

비정규직은 아파도 안 된다. 2013년 노동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청소ㆍ간병 노동자의 병원감염 실태와 개선 방안’을 보자. 서울대병원에서 간병 노동자의 15%, 청소 노동자의 14.3%가 환자로 인해 감염됐지만 이들의 96.1%가 자기 돈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병원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방주사 접종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가뜩이나 임금도 적은데 보험비가 공제되면 실 수령액이 줄어들어 이들은 4대 보험 가입도 꺼린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이처럼 비정규직을 교묘하게 비켜가고 있다.

파견철폐공동대책위원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등을 거치며 15년 간 노동운동 현장을 지켜 온 운동가인 저자가 내놓는 해답은 투쟁과 연대다. 대책위를 구성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농성을 이어가면서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 싸우자는 제안이다.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법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은 과격하게 들리나 “법은 불변의 정의가 아니라 현재 노동자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척도인 만큼 악법이라면 깨뜨릴 수 있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한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정규직과도 연대를 촉구한다. 기업의 경영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정리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법이 있는 한 정규직도 고용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고 이들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삼는 대신 이들과 연대해 정규직화를 위해 애써달라는 저자의 호소에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진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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