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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위해 4만명이 줄 서 있는데… 고급차 몰면서 영구임대 계속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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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위해 4만명이 줄 서 있는데… 고급차 몰면서 영구임대 계속 거주

입력
2015.09.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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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대기 기간 평균 21개월

인천은 최장 4년 9개월 기다려야

전국 단지에 고급차량 310대 등록

"공급 늘리고 부적격자 걸러내야"

저소득층 주거복지제도의 핵심인 임대주택. 그 중에서도 ‘영구임대’는 평생 누군가에게 쫓겨날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입주 대상이 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등이다. 그런데 이런 영구임대주택을 둘러싸고 현재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최장 4년 9개월을 기다려야 가까스로 입주할 수 있을 만큼 공급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외제차를 끌고 다닐 만큼 소득이 안정돼 있는 중산층들이 손쉽게 영구임대에 ‘무혈입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영구임대주택 14만1,150가구에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는 총 3만9,575명, 입주 시 대기 기간은 평균 21개월이나 됐다. 특히 인천은 57개월로 가장 많이 대기해야 했고, 제주(51개월), 경기(44개월), 충남(38개월) 등도 대기 기간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입주가 이토록 힘든 것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때문이다. 거주 기간이 정해져 있는 일반임대주택보다 임대료와 관리비가 저렴해 저소득층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수년간 재고량은 14만가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수현 의원은 “전셋값 상승과 빠른 월세화로 주거 격차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영구임대를 비롯해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며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착할 터가 절실한 사람들에겐 ‘로또 당첨’만큼이나 힘들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가 외제차를 굴리는 이들이 버젓이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기도 한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전국 LH영구임대 118개 단지 차량등록대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영구임대 단지에 BMW, 아우디, 벤츠, 렉서스 등 외제차가 113대, 에쿠스, 제네시스, 오피러스, 체어맨 등 국산 대형차는 197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 영세민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지는 주택에 고가차량이 310대나 등록돼 있는 것이다.

특히 이중 203대(65.5%)는 수급자격 탈락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ㆍ자산이 늘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상실했음에도 여전히 영구임대에 살면서 고급차를 몰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영구임대는 무주택세대 구성원으로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평균의 50% 이하, 부동산 1억2,600만원 이하, 자동차 2,489만원 이하 등 요건을 갖춰야 입주할 수 있다. 김희국 의원은 “영구임대 대기자가 4만명에 육박한 데 수급자격 탈락자를 걸러내지 못하고 계속 거주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부적격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거주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은 지자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걸러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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