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와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한국 자산시장 및 기준금리 향방 등을 문답풀이로 정리했다.
--연준은 금리를 왜 동결했나
▲금리 인상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판단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해외 불안이 가중돼 자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국내외 경제상황을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향후 금리인상 여부 판단 과정에서 "노동시장 조건, 물가 지표와 물가상승 전망, 금융시장과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준이 지난 5월부터 연내에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9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중국발 불안과 신흥국 위기가 심해진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쳐지면 신흥국은 물론 자국 경제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만 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이 모두 연준에 금리 인상 자제를 호소할 만큼 세계 경제 상황은 금리 인상을 감당할 정도로 탄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 연준, 기준금리 언제 올리나
▲연준이 성명을 통해 앞으로 금융시장과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경제가 심하게 흔들릴 경우에는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중국경제의 불안에다 신흥국들의 위기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언제 안정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경제 불안이 지속되면 금리인상 시기가 올해를 넘어갈 수 있다. 이미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내년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내년이후로 미루면 미국 연준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연준은 늦어도 올해안에는 금리정상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 미국 금리 동결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안도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은 예상치의 부합 여부를 중시하는데 시장 예상대로 금리 동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 시장은 '9월 동결'을 예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꾸준히 강세를 나타낸 달러는 최근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적어도 9월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신흥국 주식시장은 FOMC 회의 전에 강세를 이어갔고 통화 가치도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에서 트레이더들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높게 봤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는 금리 동결이 호재다.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 우려를 크게 할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 금리가 올랐다면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려 위험자산으로 간주되는 신흥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향후 미국 금리인상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은 불안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경기 불안 등으로 시기가 잠시 미뤄졌을 뿐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달 금리가 동결됨에 따라 세계 경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게 된 셈이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FOMC 회의 전 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신흥국 시장은 흔들렸다. 이 때문에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 재무장관들은 이번 달에 금리를 올려줄 것을 연준에 촉구하기도 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시장이 휘둘리기보다는 9월 금리 인상 후 연준의 기조를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 신흥국들의 바람과는 달리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라는 악재를 안고 가게 됐다.
미국이 경제 회복에도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연준이 그만큼 세계 경기를 나쁘게 봤다는 것으로 해석돼 세계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경제가 좋아지는데 거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늦게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이나 경제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흥국 위기는 진정되나
▲ 지난달 중국은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트렸다. 위안화 절하가 중국이 '환율 카드'마저 써야 할 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다는 증거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중국발 쇼크에 자원 수출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통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불거졌다. 브라질은 최근 저유가 악재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리마저 올린다면 신흥국은 설상가상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미국 금리 동결로 신흥국이 한시름 놓았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최대 자원 수입국인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자원 수출 신흥국들의 경제도 좋아지기 어렵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게다가 상당수의 신흥국들은 자체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외변수와 상관없이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한국 금융시장 향방은
▲그동안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으나 당분간은 진정되고 외국인 투자금 흐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발 쇼크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에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지면서 원화 가치 급락세도 멈췄다. 국내 증시에서 사상 두 번째로 긴 30일간 순매도하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이틀간 매수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 금리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중국 성장 둔화에 따른 국내 경제의 성장세 약화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금리가 동결됐지만 달러화가 신흥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최근 브라질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고 터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경제가 위태로운 흐름을 보이면서 신흥국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한국도 원화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계속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금 이동에 영향을 주는 금리와 환율 중 금리 부분에 변화가 없더라도 환율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이 일본을 추월하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한국이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 기준금리는 어떻게 되나.
▲경제계에는 내수 진작과 수출 증대를 위해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중국 성장 둔화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세가 약해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당수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연내 혹은 내년 초까지 한 차례나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HSBC는 한은이 국내 경기지표 부진을 고려해 10월과 내년 2월에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본다. 노무라도 10월과 내년 3월에 각각 금리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CS)와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모건스탠리는 올해 10월이나 11월께 금리를 한 차례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7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명목금리의 하한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떨어졌지만 앞으로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오면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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