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특위 이틀만에 통과됐지만
법안처리 일정 고비 맞은 여당
내일부터 연휴…국회회기 2일 남아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시간끌기 나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법안이 마지막 관문인 참의원 본회의 통과를 코앞에 뒀다.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은 17일 참의원 특위에서 이틀에 걸친 공방 끝에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측이 육탄저지에 나서는 등 격렬히 저항했지만 수적으로 밀려 역부족이었다. 본회의 단계를 넘어서면 전범국가 일본은 전후 70년 만에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
전날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최종질의 및 표결 시도에 실패한 자민당은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위원장이 오전 9시 넘어서 개회를 선언했지만 야당 측이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회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고노이케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동의를 제출했다. 야당 의원들은 불신임 동의안 취지설명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고 위원장석 주변에서 격하게 충돌했다. 여당 측은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도 불구하고 최종질의를 생략한 채 오후4시40분 특위 표결을 밀어붙였다. 곳곳에서 “이런 폭력적인 날치기 표결에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울분이 쏟아졌다.
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저녁 8시10분 참의원 운영위원회의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雅治) 위원장(자민당) 직권으로 최종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했다. 차세대당 등 군소 3야당의 법안찬성을 끌어낸 데 대해 “찬반 정당비율이 2(자민, 공명) 대 8(민주당 등 야당)에서 5대 5로 바뀌었는데 강행처리라고 말하는 건 모순”이라고 명분을 쌓았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이 나카가와 위원장의 해임결의안을 내걸어 밤새 충돌이 계속됐다.
안보법안은 자위대법과 무력공격사태법 등 10개 개정안을 일괄한 ‘평화안전법제조정법안’과 타국 군대의 후방 지원을 수시로 가능하게 하는 새 법안인 ‘국제평화지원법안’ 등 2개로 이뤄졌다. 미국 등 ‘긴밀한 관계가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존립위기사태’로 인정될 시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며 후방 지원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의 임무와 활동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그러나 헌법학자와 전직 내각법제국 장관들이 법안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놓았음에도 일본 정부는 안보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합헌’이란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 밖 시위대의 함성을 등에 업은 민주당은 끝까지 결사항전 태세다. 야당 소속 여성의원들은 ‘분노한 여성의원 모임’이라고 적힌 분홍색 머리띠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투쟁상황을 긴박하게 알렸다. 이들은 통로를 확보하려는 국회 남자경비직원에 대해 “몸에 닿으면 성희롱”이라고 외치는가 하면, 여당 남성 의원들은 문 앞에 버티는 여성 의원들이 다칠까 봐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최종 관문은 18일이다. 이를 넘기면 연휴가 시작돼 남은 국회 회기 중 평일은 24일과 25일 이틀뿐이다. 민주당은 내각불신임결의안과 총리 및 각료문책결의안을 제출해 최대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 이 결의안은 1건당 3시간 정도가 걸리며, 일반법안인 안보법안보다 우선 처리되기 때문이다. 국회앞 안보법안 반대시위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모교인 세이케이(成蹊)대학의 교원과 학생들마저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도(共同)통신은 이 학교 교원 등이 ‘유지회’를 발족, “총리가 학문을 우롱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며 선배를 비판하고 법안폐지 요구자 모집활동을 시작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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