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살린 두산, 3위 포기 못해
두산 홍성흔(38)이 위기에 빠진 팀을 구했다.
홍성흔은 17일 잠실 롯데전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만루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팀의 13-0 완승을 이끌었다. 5타점 경기는 6월12일 NC전 이후 시즌 두 번째, 4안타 경기는 올시즌 처음이다. 사이클링히트에는 3루타 1개가 부족했다. 이로써 2연패를 끊은 4위 두산은 시즌 70승(59패) 고지를 밟고 3위 넥센(72승1무58패)과의 격차를 1.5경기로 줄였다.
베테랑 홍성흔의 역할이 돋보였다. 그는 2-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송승준의 2구째 시속 119㎞ 커브를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비거리 110m)을 작렬했다. 이번 시즌 두산의 첫 만루 홈런이며 2012년 8월21일 대구 삼성전 이후 1,122일 만에 나온 개인 통산 8번째였다.
이 한방으로 감을 잡은 홍성흔은 이후 타석에서도 불방망이를 뿜었다. 4회말 무사 1ㆍ2루에서는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쳤고, 6회말에는 좌전 안타를 추가했다. 3루타만 추가하면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할 수 있는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선두 타자로 나간 홍성흔은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치며 대기록 문턱을 아쉽게 넘지 못했다.
홍성흔은 올 시즌 내내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항상 박수를 보내던 팬들이 서서히 야유를 보낼 때 힘든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은 ‘은퇴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최고참 홍성흔은 이대로 주저 앉지 않았다. 벤치 신세도 잦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속으로는 부활을 위해 이를 갈았다.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 자신이 할 몫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그 결과 지난 13일 잠실 kt전에서 대타로 나서 결승타를 치고 팀의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4일 뒤 팀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두산이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를 기록했는데 2승 모두 홍성흔이 큰 수훈을 세웠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후 “타자들 모두 집중력을 발휘해줬고, 최고참 홍성흔이 좋은 홈런을 쳐줬다”고 칭찬했다. 홍성흔은 “바람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넘어간 것 같다. 타격 코치님 주문대로 변화구를 노렸는데 적중했다”며 “그 동안 부진해 후배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후배들이 잘해줘 여기까지 잘 왔는데 앞으로는 내가 더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에서는 kt가 갈 길 바쁜 KIA를 3-1로 꺾었다. NC 또한 대전에서 5강 싸움 중인 한화를 11-7로 제압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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