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에 490여가구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 9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사업자는 “구청이 과도한 재량권 남용으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구청은 “업체 측에서 건축심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양측의 공방 속에 이 사업은 9차례에 걸친 건축심의와 6번의 설계 변경에도 건축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 분양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17일 대방건설과 은평구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3-14블록을 대방건설이 지난해 7월 시행자인 SH공사로부터 834억여원에 매입했다. 대방은 이 곳에 전용면적 59~84㎡형 493가구를 짓기 위해 서울시로부터 교통영향평가를 받은 후 올해 1월 은평구에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이 심의를 통과해야 사업승인을 받아 분양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은평구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계획과 기자촌 일대 개발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이유로 첫 심의를 보류 시킨 이후 지난달까지 총 9차례 심의를 재심의 또는 부결했다. 은평뉴타운 같은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여러 차례 부결된 것은 이례적이다. 대방건설은 “구청 요구대로 건축 계획을 수정했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며 “소문대로 구청장 선거 공약을 의식해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된 김우영 구청장 공약 중 하나가 해당 부지를 공원화 또는 유보지로 두겠다는 것이라 인허가를 고의적으로 내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은평구 측은 “선거 공약과 별개 사안”이라면서 “대방건설이 건축심의에서 요청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강조한다. 구는 구체적으로 ▦구릉지에 순응하는 주거유형 미제시 ▦통경축 확보는 8회 신청 중 단 1회 적용 ▦구릉지를 전면 절개해 평지로 대지조성 ▦평지를 조성함에 따라 고저차 활용 없음 ▦최고층수 15층이하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층수를 17층으로 신청 ▦토지매각조건 상 진입도로변에서 70m 구간까지 최고층수 8층이하로 제한해야 하지만 13층까지 계획한 점 등으로 심의를 통과하지 않았다고 공개할 정도로 반박하고 있다.
대방건설은 SH공사에 부지 매매 계약을 해제하고 사업 포기까지 검토했으나 계약금 83억원을 위약금으로 물어야 해 사업을 접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건축심의 때마다 달라지는 구청의 요구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분양이 늦어지면서 매달 17억원가량의 금융비용이 손실로 쌓이는데다, 분양을 기다리는 시민에게도 막대한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 건축심의위는 21일 10번째 심의를 열고 대방건설의 은평뉴타운 인허가 결정을 논의한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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