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은 1997년 25%에서 2015년 19%로 줄었다. 그 이유는 바로 금붕어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동거 현황과 동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어떤 종류의 반려동물을 선호하고 있을까. 올해 조사에선 개(15%)가 가장 많았고 고양이(4%) 새(1%) 물고기(1%) 고슴도치(1%) 토끼(0.3%) 거북이(0.1%)순으로 나타났다.
1997년 조사에선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응답이 25%에 달했는데 16%가 개를, 8%가 물고기를 키운다고 답했다. 하지만 2002년 5년새 개를 키운다는 비율은 16%로 같았지만 물고기를 키운다는 응답은 0.1%까지 줄어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 역시 17%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은 많은 집에서 길러졌던 물고기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된 한 가지 원인으로 그 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사태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기업과 가정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여유가 없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반려동물 선호 경향의 변화도 있다.1997년 키우고 싶은 애완동물 조사에서도 개(23%) 물고기(13%) 새(3%)로 물고기는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2000년 이후 여러 조사에서는 1%를 넘지 못했다.
반려동물 비율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두 종류 이상의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사람이 2002년 1% 미만에서 2015년 3%를 넘었다. 또 20, 30대 젊은층의 동물 반려인 비율이 10%포인트 내외로 증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와함께 ‘동물에게도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했다. 우리나라 법이 현재 인정하는 생명체는 사람뿐이다. 동물은 ‘물건’ 또는 소유자의 ‘재산’으로 분류돼 동물을 죽여도 재물 손괴와 같이 벌금이나 합의금을 내는 것으로 처리되는 상황. 독일은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문을 민법에 명시했다.
동물에게도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48%가 찬성했고, 40%는 반대,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한국 갤럽은 이번 조사가 우리 국민 절반 가량이 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동물에게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연령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20대(70%)와 30대(54%)는 찬성이 우세했지만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는 찬성(40%대 초반)보다 반대(약 50%)가 좀 더 많았다.
하지만 동물도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느끼는 존재라는 답변은 86%가 그렇다고 답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지 않다는 10%에 불과했다.
반면 ‘건강, 의학 정보를 위한 동물실험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63%에 달했다. ‘동물을 상해하고 고통을 주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9%였다. 하지만 1995년 5월 전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과학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 동물에게 고통과 상해를 주더라도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허락돼야 한다’는 견해에 81%가 동의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동물실험 찬성자가 다소 감소한 것이다.
한국갤럽은 “우리 사회 저변에는 여전히 동물이 사람보다 열등하며, 사람을 위해서는 희생이 불가피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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