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태평양 연안국 칠레에서 16일(현지시간)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100만여 명이 대피하는 등 대규모 혼란이 벌어졌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하와이를 비롯 지구 반대편 일본에까지 충격을 줄 것이란 경보에 전세계 태평양 연안국이 긴장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7시54분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서쪽으로 228㎞, 이야펠 시에서 서쪽으로 54㎞ 떨어진 태평양 연해에서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은 지표면으로부터 약 12㎞ 아래였다. 이날 지진은 산티아고에서 약 1,400㎞ 떨어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마무드 알레우이 내무장관은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 중 6번째로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강진이 한 차례 일어난 이후에도 규모 6.0~7.0 사이의 여진이 최소 4차례 이상 잇따라 발생했다. 산티아고에 사는 티모시 루아더는 “첫 지진이 가장 오랫동안 지속됐고 공포스러웠다”면서 “여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미 CBS방송에 말했다.
독립기념일 연휴로 심야에 외출자 많아 혼란 가중
칠레 정부는 이날 지진으로 산티아고에서 86세 남성이 군중에게 깔려 숨지는 등 1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18일 칠레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도심과 해안에 인파가 몰려있어서 더욱 혼란이 컸다. 산티아고에 거주하는 파블로 시푼테스는 “건물이 약 30~40분 동안 강하게 좌우로 흔들렸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고 일부 건물은 무너져 내렸다”면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고 모두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AFP에 말했다. 네니스 코르테스 이야펠 시장은 현지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력이 모두 끊겨 도시가 암흑천지로 변했다”면서 “도시가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칠레 국립재난관리청(ONEMI)은 쓰나미에 대비해 칠레 남부 푸에르토아이센부터 북부 아리카까지 약 3,900㎞에 이르는 해안가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해안에 있던 어선들은 쓰나미를 피해 바다 밖으로 멀리 나갔고, 10개 도시에서 약 100만명의 시민들이 차를 타거나 걸어서 인근 고지대로 대피했다. 칠레 북부의 해안도시인 라 세라나에 사는 글로리아 나바로는 “대피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모두 높은 쪽으로 달려 도망쳤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2시간 만인 오후 9시쯤에는 칠레 북부 항구도시 코킴보시 등의 해안에 약 2~4.5m 높이의 파도가 몰아쳤고, 일부 도시에는 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칠레 정부는 이날 쓰나미 피해가 발생한 코아파 등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군부대를 주둔시켜 치안을 유지하는 한편 칠레 전역의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산티아고 국제공항은 한때 폐쇄됐다가 운항을 재개했다. 칠레에서는 2010년에도 약 8.8의 강진이 발생해 500여명이 사망하고 22만 가구가 붕괴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자연 재앙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진으로 사상자나 피해가 2010년 지진 때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칠레 정부가 그 동안 지진 대비 시스템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는 등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잔 호프 미국 지구물리학자는 “지진 피해는 부동산과 같아서 발생하는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칠레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수준의 지진 대비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런 노력이 피해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와이 일본 뉴질랜드도 쓰나미 경보
미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CW)는 “광범위하고 위험한 쓰나미가 칠레와 페루 해안에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CNN방송에 추가 피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번 칠레 지진으로 미국 하와이와 뉴질랜드, 피지, 일본 등에서도 쓰나미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PTCW은 미국 하와이의 경우 17일 오전3시(현지시간)쯤 쓰나미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쓰나미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페루 정부와 오세아니아 지역 국가들도 자국 해안에 3m 높이의 파도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주민들에게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칠레 우리교민 2,700명 모두 안전
한편 칠레에는 우리 교민이 약 2,700명 정도 거주하고 있으나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의 정호길 영사는 “지방 해변에 사는 300~400명 정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한 결과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민들이 사는 수도 산티아고의 현지 분위기도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진동이 심하게 느껴져 놀라기는 했지만 정전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평온한 상태라고 정 영사는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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