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일곤(48)이 17일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5분쯤 성동구 성수동 A 동물병원에서 한 흉기난동범이 의사와 시비를 벌이고 있다는 병원 측의 신고를 받고 성수지구대 경찰관이 출동, 인근 노상에서 도주 중이던 김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동물병원에 침입해 40대 여간호사를 흉기로 위협하며 강아지 안락사용 약을 달라고 요구하다 병원 측이 이를 거부하자 흉기를 들고 간호사를 협박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놀란 수의사와 간호사가 진료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 오전 10시 54분쯤 112에 신고했다. 경찰 신고 장면을 목격한 김씨는 곧바로 동물병원에서 나와 도주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병원 흉기난동범이 김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변을 수색해 병원에서 1㎞ 떨어진 성동세무서 건너편 인도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 성동경찰서로 압송된 김씨는 범행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잘못한 것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강도·특수절도 등 전과 22범인 김일곤은 9일 충남 아산시 한 대형 마트에서 주모(35ㆍ여)씨를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11일 범행 흔적을 없애기 위해 성동구 한 빌라의 주차장으로 들어가 트렁크에 들어 있던 주씨 시신에 불을 붙이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주씨의 시신은 목과 복부 등이 잔혹하게 훼손돼 있었으며 상처 부위도 불에 크게 그슬린 상태였다. 시신 옆에는 부탄가스통 3개가 함께 발견됐다.
김씨는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경기 고양시 한 대형마트에서 3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며 납치하려다 여성이 저항하자 자동차만 끌고 달아나기도 했다.
경찰은 14일 현상금 1,000만원을 걸고 김씨를 공개수배 했고, 15일에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김일곤 검거 시 경위급 이하 1계급 특진ㆍ총경승진 대상자 공로 반영” 등을 내거는 등 김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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