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융계의 무책임한 반성과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챙기는 파렴치한 행동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즈음에 세계적 명성의 미국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에 한 칼럼이 실린다. 고객의 예금으로 도박판을 벌이는 은행들에 대해 '계좌이동하기(Move Your Money)'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요지의 글이다. 금융위기에 분노하고 실망한 시민들이 월가 점령과 더불어 계좌이동하기로 거대 은행들과의 거래를 끊는데 1,000만여명이 참여하고, 그 불길은 유럽으로까지 번진다. 금융위기 속에서 각성한 '금융시민'이 태동한 것이다.
이러한 거대 담론과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다음달부터 '계좌이동제'가 시행된다. 고객이 주거래은행의 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기를 원할 때 기존계좌에 연결된 각종 자동이체 내역을 통합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은 거래은행을 바꿔 계좌를 옮기려면 자동이체 신청을 위해 별도로 은행을 방문해야하는 불편이 따랐다. 앞으로는 계좌이동제의 시행으로 은행 옮겨가기가 훨씬 쉬워져 고객의 거래선택권이 확대된다.
각 은행들이 계좌이동제에 대응해 기존고객 유지와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신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몇몇 거래조건을 충족하면 수수료면제, 금리우대,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저금리 시대인 터라 추가금리나 부가서비스에 대해 고객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꾸고자 할 때는 서비스 하나하나 만을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거래관계에서 계좌이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는 계좌를 옮길 경우 발생되는 기회비용이다. 기존에 제공 받고있던 혜택의 상실로 인한 거래비용 발생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둘째는 기존계좌가 사업용 결제계좌인 경우 거래처에 바뀐 계좌를 일일이 알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셋째는 기존은행과의 거래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통상 은행에서는 장기 거래고객을 우대 하는 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계좌이동시 실익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들의 충성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고객입장에서도 이벤트성의 표면적 혜택에 급급해 하기 보다는 주거래은행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갖고 자신에게 적합한 은행을 선택하는 분별이 필요하다. 마케팅금융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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