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엔 ‘이고세’라는 음식점과 ‘푸르지오’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상호와 상품명에 우리말을 활용한 것으로서 아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둘 다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고세’는 ‘이 곳에’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상호로 쓴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둘 간에는 출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빠르게 적기 위해서 그런 데 반해, ‘이고세’는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견과류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머거본’이라는 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먹어 본’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머거본’을 그 상호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푸르지오’는 한글 표기상으론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영문 표기가 ‘Prugio’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얼마간 문제가 있다. ‘푸르지오’가 우리말의 형용사 ‘푸르-’를 활용한 것이라면 그 영문 표기는 ‘Pureujio’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ureujio’라 하지 않고 ‘Prugio’라 한 것은 군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상호, 상품명 등에 우리말을 활용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현재보다 훨씬 더 우리말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상호, 상품명 등의 대부분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고세’, ‘푸르지오’ 등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또한 외국어로 가장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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