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지자체 운용 방범용 CCTV 등 연계해 볼 수 있는 시스템 추진
인권 침해 등 남용 우려 논란
경찰은 "교통정보용만 연동"
경찰이 노후화한 교통정보용 폐쇄회로(CC)TV 개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울 전역에 설치된 지방자치단체의 방범용 CCTV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경찰이 지자체가 운용하는 방범용 CCTV를 열람하려면 수사목적을 밝히도록 돼 있어 경찰 계획대로 시스템이 연계될 경우 인권침해 및 개인정보 오ㆍ남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1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공개한 서울경찰청의 ‘교통정보용 CCTV 카메라 시스템 디지털 전환 구축 사업 추진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부터 85억원의 예산을 들여 아날로그 방식인 교통정보용 CCTV 카메라(40만 화소)를 최신식 디지털 카메라(200만 화소)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이미 서울청의 종합교통정보센터 시스템을 바꿨고, 올해는 현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교체하고 있다. 내년까지 서울청 산하 경찰서 31곳과 25개 지자체ㆍ중앙소방본부(구 소방방재청) 등 연계기관의 시스템을 바꾸면 사업은 마무리된다. 이를 통해 보다 선명한 수사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시민에게 고화질의 교통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문제는 내년 예정된 연계기관 시스템간 연결 사업이다. 경찰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서울시 25개 지자체가 운용하는 방범용 CCTV와 지자체 통합관제센터 CCTV, 기상청, 중앙소방본부, 도로교통공단의 CCTV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연계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서울 시내 설치된 방범용 CCTV 2만2,587개를 사전 동의 없이 감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경찰은 계획서에서 “영상 연계서버를 이용하면 추가 장비 없이도 유관기관의 CCTV를 자유롭게 선택 시청할 수 있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개인정보호법은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은 현재 교통흐름을 관리할 목적으로 도로에 설치된 교통정보용 CCTV만 실시간 시청할 수 있을 뿐, 서울시가 운용하는 방범용 CCTV 등을 열람하기 위해선 지자체에 사유를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 지자체 방범용 CCTV 연계 계획에 대해 인권침해는 물론, 실정법 위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방범용이 아닌 지자체의 교통정보용 CCTV와 연동하겠다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 CCTV는 대부분 방범용이어서 지자체 교통정보용(주정차 감시용) CCTV만 보겠다는 경찰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경찰은 서울시 측과 연계 시스템 구축에 관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미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당시 교통정보용 CCTV를 조작해 집회 현장을 감시한 사실이 드러나 위법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 5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교통흐름과 상관 없이 시위 관리 목적으로 CCTV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박남춘 의원은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관찰한 것도 모자라 서울시민 전체를 감시망 아래 두려 한다”며 “부적절한 사업 계획을 철회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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