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중 상대방의 항의에 성행위를 멈추고 사과했다면 성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26)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는 2012년 12월 A씨와 술을 마신 뒤 집에 데려다 주다 차 안에서 성폭행하고, 이듬해 1월에는 함께 술을 마신 뒤 모텔에 투숙한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B씨에 대한 혐의만 인정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A씨의 경우 ‘오늘은 집에 안 가도 된다. 최씨와 같이 있을 것이다’고 친구에게 말하는 등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사이로 보인다며 그와 관련된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씨가 B씨를 성폭행한 혐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건 강간이야’란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성행위를 멈추고 사과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과연 이를 넘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그를 제압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볼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씨가 ▦최씨와 4시간 동안 모텔에 있으며 고성이나 몸싸움 소리가 나지 않았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이후 최씨 차량을 타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 점으로 미뤄, 최씨에게 강한 반감이나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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