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임원들이 협력업체에서 담배 한 갑당 3원씩의 ‘커미션’을 받는 수법으로 5년간 총 6억원대의 뒷돈을 받아 챙기는 ‘갑질’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KT&G 전 부사장 이모(60)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이씨의 공범인 KT&G 신탄진공장 생산실장(1급) 구모(47)씨도 배임증재 혐의로,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협력업체 S사 대표 한모(60)씨에 대해선 배임증재 및 횡령 혐의로 각각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와 구씨는 2007년 5월~2012년 10월 납품단가 유지와 협력업체 지정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담뱃갑 인쇄업체인 S사로부터 6억2,7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들의 ‘검은 거래’는 이씨가 천안인쇄창장으로 있던 2007년 S사의 작업 방식 변경이 계기가 됐다. S사는 수출용 ‘에쎄 스페셜 골드’ 담뱃갑 인쇄방식을 기존 열접착 방식에서 제조원가가 대폭 줄어드는 ‘UV 방식’으로 바꾸었는데, KT&G에서 받는 납품단가도 함께 감소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S사는 당시 KT&G 제조기획부 과장이던 구씨에게 “인쇄방식 변경을 승인해 주면서 납품단가도 최대한 유지시켜 주면 한 갑당 3원씩을 수수료로 주겠다”고 청탁했다.
이를 보고받은 이씨는 “그렇게 추진해 보라”고 지시했고, 납품단가도 기존보다 6~9원 정도만 인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씨와 구씨가 받기로 한 돈은 S사 영업부장과 구씨의 동생이 차명주식으로 바꿔 관리해 줬고, 5년 5개월간 이렇게 쌓인 돈이 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씨는 특히 퇴직을 앞둔 2012년 11월, “앞으로는 돈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 이듬해 2월까지 현금 900만원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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