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75)는 16일 “한글은 보편성을 지닌 언어로 전세계 소수언어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주에서 열린 세계한글작가대회에서 ‘모국어와 문학, 한글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며 한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르 클레지오는 “한글은 훌륭하다. 한글은 말을 빠르게 습득하기 위해 발명한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말만 있고 문자가 없는 소수언어를 보존하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모든 소수언어는 한글로 쓸 수 있기에 한글 교육은 분명 세계적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우월한지 평가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라면서도 “한글이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보다 훨씬 논리적”이라고 정리했다.
르 클레지오는 지구촌에서 광범위하게 통용하는 언어인 ‘세계어’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일반적으로 식민지배에 의해 한 지역에서만 쓰던 지역어가 세계어로 퍼진다”며 “이 때문에 언어에는 폭력과 인종차별, 편견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가지 언어는 문화적 필요로 널리 퍼질 수도 있고 사용자들이 선택해 퍼뜨릴 수도 있다”며 “위기에 처한 소수언어를 지켜내려면 이 점을 꼭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1963년 ‘조서’로 등단한 그는 1980년 ‘사막’, 1996년 ‘황금물고기’ 등을 발표했다. 1994년에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라는 평을 받았고,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르 클레지오는 이날 함께 발제자로 참여한 김주연 숙명여대 석좌교수가 “한글로 소설을 쓸 의향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한글을 읽기는 잘 읽지만, 아직 소설을 쓸 수 있는 수준까진 아니다”고 답했다. 세계한글작가대회는 한글과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고자 국제펜(PEN) 한국본부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대회로 18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경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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