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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트럼프는 왜 날 미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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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트럼프는 왜 날 미치게 하는가

입력
2015.09.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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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의 다른 한 쪽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 바보 같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가 치솟고 있고,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그가 멕시코 불법이민자를 ‘살인자’ ‘강간범’으로 묘사하거나, 여성들에게 모욕적인 단어를 쓰거나, 엉터리 영어를 써가며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것을 볼 때면 미국 시민의 입장에서 매우 당황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그와 수 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국민과 정치인들의 관계는 이상하게도 강렬하다. 때때로 정치 지도자의 결정은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해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생 전체로 보면 친구나 선생님, 직장상사, 연인 등이 우리 삶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이상적이고 윤리적인 이유를 들며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나 반대를 표명한다. 그러나 대개 정치인과의 가장 강력한 유대감은 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정치인들을 실제 생활에서 만날 일도 없을 거다. 그렇지만 정치인에 대한 감정은 강렬하며, 게다가 항상 합리적이지도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경선후보가 지난 9일 의회 앞에서 이란 핵 협상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내 나라의 리더들에 관한 한 특히 더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을 TV에서 보게 되면, 신발을 던져버리고 싶다. 미국에서 살던 시절에 나는 다른 나라로 옮겨서 트럼프 같은 정치인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상상을 하곤 했다. 고교시절에 꼴 보기 싫었던 사람을 대학에 가면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1997년 서울에 올 때, 제일 좋아하지 않았던 정치인들에 대해서 비슷한 상황을 기대했다. 온라인 상으로 기사를 접하겠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것이 나를 평온하게 할 것이며, 그들의 짜증나는 연설과 정책제안들로부터 감정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 2000년에 내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정치인 중 한 명이 미국 대통령이 됐고, 그 후 8년은 정말이지 견딜 수 없었다.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창피했다. 그와 나 사이에 있던 태평양은 전혀 평온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는 것도 정치인들과 감정적으로 멀어지게 해주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조지 W 부시의 선택이 전세계에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어떤 측면에서 그 나라 국민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 나의 정체성엔 ‘오바마’가 조금 들어있다. 10년 전엔 ‘부시’가 조금 들어있었다. 정치인을 내면에 품고 다닌다는 느낌 같은 게 있다. 정치는 그래서 개인적인 것이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 1997년을 다시 떠올려 본다. 당시 한국인 친구들에게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고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달시, 한국 정치인들은 더 나빠.”

한국에 사는 동안 나는 한국 정치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TV를 통해 정치인들을 보고, 신문을 통해 그들의 정책을 읽는다. 때때로 그들의 결정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몇 년이 넘도록 나의 주장과 한국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개인적이지 않다는 거다. 아무리 강한 의견을 갖고, 한국 정치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국의 정치인들은 내 정체성의 일부가 아니었다. 미국 정치인들에 관한 한,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그렇지 못한 데도 말이다.

그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계속 날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가 코믹하거나 유쾌한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다. 내 유일한 희망은, 언젠가 그가 멍청한 말을 해서 그의 대중적 인기와 지지가 붕괴되는 것이다. 결국 정치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날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영화 평론가 겸 배우

"한국 정치인들은 더 나빠" 한국 친구들이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텅빈 국회 본회의장에 견학온 학생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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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tance Between Me and Donald Trump

Thousands of kilometers away, on the other side of the ocean, Donald Trump is acting like an idiot. Sadly, being an idiot hasn’t stopped him from becoming the most popular and talked-about Republican Party candidate for the US Presidency. As an American citizen, it embarrasses me when he describes Mexican illegal immigrants as “killers” and “rapists,” when he uses insulting terms to describe women, or when he mocks Asians by speaking in broken English. In situations like this, do the thousands of kilometers that separate him from me provide any comfort?

The relationship people have with their politicians is a strangely intense one. A political leader’s decisions may sometimes affect our lives directly, so we have practical reasons to care about who is president. But in the course of a lifetime, probably there will be many people ? friends, teachers, bosses, lovers ? who affect our lives more. We may have ideological and ethical reasons to support or object to a certain politician. But usually, the strongest bonds we have with politicians are personal. We may never meet them in real life, nonetheless the emotions we feel towards our country’s politicians are intense and not always rational.

I suppose I get particularly emotional when it comes to my country’s leaders. When I see the face of someone like Donald Trump on TV, I want to throw my shoe at it. Years ago, when I was living in the US, I would sometimes fantasize about moving to another country and getting away from politicians like Trump. In high school, there may be people who you don’t like, but when you go to university you don’t have to see them anymore. When I moved to Seoul in 1997, I hoped something similar might happen with my least favorite politicians. I might still read about them online, but being half a world away would help me feel calm and emotionally removed from their annoying speeches and policy proposals.

I was wrong. In the year 2000, one of my least favorite politicians ever became the US President, and the next eight years were nearly unbearable. He made me ashamed to be an American. The Pacific Ocean, lying between him and me, was no comfort at all.

Ultimately, living in another country didn’t make me feel any more emotionally removed from my politicians. I think the reason for this goes beyond the fact that George W Bush’s decisions had such global consequences. It’s because our country’s leaders in some way become a part of our identity. Today, my self-identity contains a little bit of Obama. A decade ago, it contained a little bit of Bush. There’s some sense in which we carry our politicians around inside of us. Politics is personal.

I remember back in 1997, getting ready to move to Seoul, telling my Korean friends that I was looking forward to getting away from American politicians. Their response: “Darcy, Korean politicians are even worse.” During the time that I’ve lived in Korea, I’ve taken a big interest in Korean politics. I see Korean politicians on TV, I read about their policies in the newspaper. Sometimes, their decisions affect my life directly.

So over the years I’ve developed strong opinions and preferences about Korean politicians. But there’s a difference: it’s not personal. Korean politicians aren’t a part of my identity, and so even if I have strong opinions, I can think clearly about Korean politics. With American politics, I can’t, because I get too emotional.

Meanwhile, half a world away, Donald Trump continues to embarrass me. People from other countries might find him comical or amusing, but for me it’s not a laughing matter. My only hope is that one day he will say something so stupid that his popularity and support will crash. Because ultimately, the only way to escape from a politician is for their political career to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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