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로커 친구

입력
2015.09.16 14:47
0 0

뭐든 돌려 말하는 법이 잘 없다. 싫어하는 것이나 관심 없는 일에 대해선 일절 무관심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괴팍하고 독선적으로 보인다. 상대방 속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박한 건 아니다. 다만, 언제든 ‘자기자신이고자’ 하는 고집이 주변을 곧잘 텅 비게 할 뿐이다. 어린 시절 한 때는 방송도 많이 했다. 돈도 제법 벌었다. 훤칠한 용모 덕에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은 정작 하고 싶은 음악을 제대로 해본 적은 없다고 여긴다. 한국에서 록음악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늘 이 밴드 저 밴드 전전하다 이내 다시 혼자다. 기타와 베이스에 모두 능하지만, 궁극적으론 사운드 전체를 총괄하는 디렉터를 꿈꾼다. 스타가 되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왠지 마흔 중반을 넘은 지금까지도 주머니엔 돈이 궁하다. 술을 마실 땐 기분이 오르기도 하다가 곧잘 아픈 시늉을 하기도 하지만, 평소엔 대체로 태평하다. 큰 덩치만큼 속이 넓고 생각도 깊다. 물고기들은 깊은 물을 피하는 편이기에 외롭다. 그에게는 친구도 필요하고, 음악 동료도 필요하고, 사랑과 돈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을 얻기 위해 속없는 짓을 하거나 교언하는 건 질색한다. 늘 외로워 누군가를 만나면 매우 반갑다. 그렇기에 피차 더 외로워지기도 한다. 아마 자기에 대해 이렇게 떠벌린 걸 알게 된다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래도 쓰고 싶었다. 친구니까.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