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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율발매기'로 사행성 더 부추기는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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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율발매기'로 사행성 더 부추기는 마사회

입력
2015.09.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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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경마장 9곳의 일부 발매기

'100원 단위 발매' 규정 어기고

1만원 이상 마권 등 구매 가능

경기당 한도 넘는 경우 다반사

"고액 베팅하도록 유도" 지적

은퇴한 노인 A(70)씨는 새로운 취미생활을 가져볼 생각으로 지난 13일 경기도의 한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과천경마장 본장을 방문했을 때 100원 단위의 소액으로도 배팅이 가능했던 기억 때문에 화상경마를 취미로 삼아도 금전적인 부담은 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팅을 하려던 박씨는 크게 당황했다. OMR카드에 500원을 적어 자율마권발매기에 투입했지만 기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 직원에게 묻자 “5,000원 이상 마권만 구매 가능하다”는 설명이 되돌아 왔다. 소액으로 이날 열릴 11번의 경마 경기를 모두 즐길 계획이던 A씨는 수중에 있는 5,000원을 단 한 경기에 걸 수밖에 없었다.

화상경마장에 설치된 일부 고액 자율발매기가 내장객들의 고액 배팅을 부추기고 있다. 화상경마장이 도박을 부추긴다는 사회적 비판에 대해 건전한 레저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맞서 온 마사회의 논리가 궁색해졌다는 지적이다.

현재 화상경마장에서는 경기당 최대 10만원의 배팅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하루 10번 이상의 경마가 진행되는 탓에 실제로 판돈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고액 자율발매기 설치는 ‘도박 중독으로까지 가게 하진 않겠다’던 마사회가 고액 배팅 수요에 편승한 행태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장외발매소별 자율 마권발매기 현황’에 따르면 전국 30개 화상경마장 중 9곳의 일부 발매기는 고액이 아니면 마권을 구매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부천의 화상경마장의 경우 설치된 자율발매기 44대 전부가 5,000원 미만의 금액으론 마권 구입이 불가능했다.

1만원 이상 고액 마권만 구매 가능한 기계가 설치된 곳도 있었다. 서울 도봉 화상경마장은 총 78대의 자율발매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 중 22대는 1만원 이상의 마권만 구매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법 제6조는 마권의 단위투표금액을 100원으로 하며 100원단위로 발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승마투표 약관’ 제8조 2항에도 ‘마권은 100원을 단위로 발매하며 1인이 1회에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은 10만원’으로 규정돼 있다. 마사회 측은 “특화된 서비스를 위해 예약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어 고객의 수준에 맞는 고액 발매기를 설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액권 수요가 있어 고객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액의 마권발매기가 도박 중독과 사행성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2014)’에 따르면 도박중독유병률은 본장이 47.8%인 반면에 화상경마장은 69.3%에 달했다.

마사회의 이런 태도는 화상경마장 매출이 마사회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4년의 경우 마사회의 매출 7조6,464억원 중 71.77%인 5조4,879억원이 전국 30개 지역에 설치된 화상 경마장에서 나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인 이헌욱 변호사는 “일부 자동발매기의 하한액을 높여 놓는 것도 도박과 고액 배팅을 부추기려는 수법”이라며 “이렇게 고액의 배팅을 하게끔 하면서 1회 10만원 한도 규정 역시 잘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문표 의원은 “한국마사회가 마권 구입가격을 높여 고액 배팅을 부추기는 것은 결국 도박 중독자 양산을 외면하겠다는 부도덕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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