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9배 면적 초토화
주민들 물부족에 불까지 이중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주 발생한 산불로 2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의 주요 물 공급원 중 하나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올해 적설량이 50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물과 불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160㎞ 북쪽에 있는 레이크 카운티에서 발생한 ‘밸리 화재’와 지난 9일 새크라멘토 인근 애머도ㆍ칼라베라스 카운티에서 발생한 ‘뷰트 화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산불로 현재까지 주민 2만3,000여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고 건물 1,000여채가 파괴되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밸리 화재는 250㎢에 달하는 면적을 불태웠으며 뷰트 화재 역시 290㎢ 이상을 집어삼켰다. 이 두 화재로 파괴된 지역은 뉴욕 맨해튼의 9배에 해당한다. 가장 피해가 컸던 레이크 카운티에서는 12일 장애인 여성 1명이 화재로 사망했다. 이 여성은 전화로 구조 요청을 했으나 불길이 워낙 심해 구조 요원들이 접근하지 못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지난 11일 애머도ㆍ칼라베라스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13일에도 레이크ㆍ나파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산불 진화에 지금까지 8,800여명의 소방관들이 투입됐고 주 방위군 투입을 준비하는 등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밸리 화재는 고작 5%, 뷰트 화재는 30%의 진화율에 머물고 있다. 지난 7월 남부 프레스노에서 시작돼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화재 중 가장 큰 규모인 ‘러프 화재’도 지금까지 13만 8,000에이커(560㎢)를 잿더미로 만들었지만 진화율은 40%정도다.
이번 산불 사태는 4년간의 가뭄으로 미국 서부 지역이 건조해진 데다 강풍이 불면서 산불 확산 속도를 더욱 부채질해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마크 킬라두치 주 비상재해국장은 “이렇게 빠르게 확산하는 불은 내 30년 경력에서 처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15일 미국 애리조나대 나무 나이테 연구실 등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지난 14일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캘리포니아 중부에 있는 푸른참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15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적설량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푸른참나무의 나이테 두께는 겨울 강수량을 매우 민감하게 반영해 강수량이 적을수록 얇아진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올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적설량이 최근 500년 중 최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눈은 캘리포니아 주 연간 물 공급의 30%를 담당하기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4월 1일 캘리포니아 주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적설량을 측정한 결과 1940년 적설량 관측 시작 이후 처음으로 쌓인 눈이 전혀 없는 지역이 발견되기도 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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