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다. 3년 만에 이뤄진 등급 상향으로,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가 유지했던 역대 최고 신용등급을 다시 회복하게 됐다.
15일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다. 2012년 9월 ‘A’에서 ‘A+’(안정적)로 올린지 3년 만이고, 지난해 9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한 지 1년 만이다.
S&P는 ▦우호적인 정책 환경 ▦견조한 재정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 등을 등급 상향의 이유로 제시했다. S&P는 한국의 1인당 실질 GDP가 앞으로 3~5년간 3% 성장하는 등 대다수 선진국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1인당 GDP가 2018년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통합재정수지가 2000년 이후 흑자를 이어오는 등 재정상황이 비교적 양호하고, 빌린 돈 합계보다 빌려 준 돈의 총합이 많은 순채권국이란 점도 등급 상승 요소로 작용했다.
‘AA-’ 등급은 S&P의 ‘등급 사다리’ 중 네 번째로 높은 위치다. S&P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중국 일본 대만 등과 같아졌다. 무디스(Aa3)와 피치(AA-) 기준으로는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보다 더 앞서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등급 상향으로 한중일 3국 중 우리나라가 평균적으로 가장 좋은 국가신용등급을 보유하게 됐다. S&P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등급은 독일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미국 벨기에 프랑스 정도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5년 5월 3일부터 97년 10월 24일까지 유지했던 역대 최고 등급(AA-)을 회복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린 97년 11월 이후 국가신용등급이 급전직하했다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는데 18년 가량이 걸린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이후 S&P가 ‘AA-’ 이상으로 상향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특히 최근 주요 신흥국 등의 신용등급이 오히려 하향 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남북한 합의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된 점도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면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는 무형의 효과 외에도, 해외 차입 비용(이자)이 하락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기재부는 과거 사례 등을 참조해 “이번 신용등급 상향으로 외화채권의 가산금리가 0.1~0.2%포인트 하락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4,000만~8,000만 달러의 비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 차이나 리스크 등 대외 악재에 다른 신흥국들과의 차별화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P의 이번 신용등급 상향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있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이면 6~24개월 사이 실제 등급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 등급 상향이 부자연스럽지는 않지만,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돌파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고 대내외 여건 악화로 저성장 기조 고착화 우려가 커지는 등 객관적인 경제 여건은 등급 상향에 부합하지는 못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은 탓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 한국 경제를 탄탄하게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경제가 선진경제로 인식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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