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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유-여행지 버킷리스트] 대구 방천시장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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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유-여행지 버킷리스트] 대구 방천시장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입력
2015.09.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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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커다란 '울림'으로 기억되는 가수, 김광석. 대구광역시 대봉동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이 대봉동이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기 위해 2009년 작가들이 모여 약 350m 길이의 이 길을 만들었다. 노래하던 김광석의 조각을 세우고 활짝 웃는 그의 얼굴을 벽면에 그렸다. 거리에는 그의 노래가 연신 흘러 다닌다. 작품들은 이 선율에 얻은 영감이 밑바탕이 됐다. '사랑했지만' '말하지 못한 내사랑' '서른즈음에' '먼지가 되어' 등 애잔한 그의 노래가 거리에 녹아 들어 한편의 시(詩)가 됐다.

볕을 벗 삼아 거리를 걸어본다. 활짝 웃는 그의 얼굴도 보고 감미로운 노랫가락과 주옥 같은 가사를 곱씹으며 가을 오후를 즐겨본다. 어느 벽화에서는 그가 국수를 말아주고, 또 어느 그림에서는 그와 함께 바다를 볼 수 있다. 노래를 추억하는 것은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 이렇게 걷다 보면 시나브로 옛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진다. 잊었던 어린 날의 동경이 되살아나고 삶을 한번쯤 돌아 볼 생각도 든다.

이 길목은 한때 우범지대를 연상할 정도로 지저분하고 어두웠다. 그러나 지금은 감성여행 명소로 거듭났다. 김광석 때문에 생긴 변화다.

길은 방천시장과 연결된다. 해방 후 일본과 만주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장사를 한 것이 시장의 시작이다. 당시는 남도의 곡물들이 주로 거래됐다.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손꼽혔다. 그러다 쇠락해 야단법석 장터 모습이 흐릿해졌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생기고 이를 좇아 예술가들이 터 잡으며 시장이 다시 흥성거리기 시작했다.

예술이 시장에 깃들며 모습이 달라졌다. 시장 구석구석에 예쁜 색깔의 벽화가 그려지고 작은 갤러리와 카페들이 생겼다. 정부 당국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까지 더해졌다. 자연스레 찾는 이들도 늘었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시장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나들이 나선 가족들이 외식을 위해 찾아 한나절을 즐기다 돌아간다.

시장 둘러본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갤러리 산책을 하다 보면 문학적 감성이 절로 인다.

오랜 된 노랫가락처럼 편안하고, 늘 곁에 있는 친구처럼 포근하고, 옛 시장통의 정서처럼 정겨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담벼락에 걸린 그의 얼굴이 가을에 더 반갑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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