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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물질로 지진 발생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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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물질로 지진 발생 예측한다

입력
2015.09.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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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물질로 지진 발생 예측한다

동일본 대지진 한달 전 국내서 농도 변화 포착

공기 중 방사성물질 측정만으로 지진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규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5일 “방사성 기체인 라돈(Rn-222)과 토론(Rn-220)이 지진 발생 전 농도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 연구진은 실제 동일본 대지진 발생 1개월 전 국내에서 두 기체의 농도 변화가 있었음을 실험으로 직접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향후 지구 곳곳에서 라돈과 토론 농도를 측정해 지진을 태풍처럼 예보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네이처출판그룹이 발행하는 과학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와 물리학 전문지 ‘피직스 월드’에 지난달 실렸다.

연구진은 경북 울진 구산리에 있는 성류굴 내부에 방사성 기체 검출기를 설치하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전후 약 1년 동안 동굴 바닥으로부터 약 20㎝ 떨어진 지점에서 공기 중의 라돈과 토론 농도를 측정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약 1개월 전 15일 간 라돈과 토론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토론 농도는 전체 관측기간 중 이 시기에만 유독 뚜렷한 이상 변화를 보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규모가 워낙 컸던 탓에 국내에서도 땅 속 움직임에 따른 방사성 기체 농도 변화가 감지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평소 토론 농도를 측정하다 변화가 감지될 경우 인근 지역에서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라돈 농도 변화를 지진 예측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국내외 과학계에서 오래 전부터 계속돼왔다. 자연 상태에서 라돈은 암석에서 극소량이 서서히 방출된다. 그러다 지구 내부 작용으로 지각이 뒤틀리는 등의 움직임이 생기면 암석에서 짧은 시간에 다량의 라돈이 뿜어져 나오게 된다. 이를 포착한 과학자들이 라돈 농도를 측정해 지진 발생 여부를 추정하려 시도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라돈은 반감기가 3.8일로 비교적 길다. 발생한 지 나흘이 다 돼서야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때문에 그 동안 바람이나 기온 변화에 의한 공기의 흐름에 따라 여기저기 확산되며 농도 변화가 지속된다. 라돈의 농도 변화가 측정돼도 기상의 영향인지 지진의 영향인지 가려내기가 애매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라돈의 한계를 토론 농도 측정으로 보완했다. 라돈의 방사성 동위원소(화학적 성질은 원래 원소와 같지만, 물리적 성질인 질량이 다른 원소)인 토론은 반감기가 56초로 아주 짧다. 농도 변화가 일어난 직후 금세 붕괴되기 때문에 기상 상황 등 지진 이외의 다른 영향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다. 김 교수는 “라돈과 토론 농도를 함께 측정해 지진 예측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가로 세로 높이 1m 크기의 소형 챔버(인공동굴)를 개발하고 있다. 암석에서 방출된 방사성 기체는 금방 대기 중으로 퍼져 희석되기 때문에 정확한 농도 측정이 어렵다. 그래서 라돈과 토론을 인공동굴 안에 가둬둔 채 농도 변화를 측정하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챔버를 여러 지역에 배치해 방사성 기체의 농도 변화와 지진 간 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볼 계획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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