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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점령한 복수혈전

입력
2015.09.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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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tvN 15편 중 9편

자극적·황당한 설정 비난 봇물

“목을 더 조여야죠.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SBS‘돌아온 황금복’)

“필사적으로 당신 파멸시킬 거야.”(tvN ‘울지 않는 새’)

복수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지상파ㆍ케이블 채널을 막론하고 방영 중인 드라마마다 복수혈전이다. 소재는 천편일률이고 살기 어린 대사만 남았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는 드라마는 실종 상태다.

각종 음모가 횡행하고 고통 받던 주인공이 악착 같이 복수극을 펼치는 스토리는 중ㆍ장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아침 드라마의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주말 가족드라마까지 이런 상황이다. MBC, SBS, tvN에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를 실제로 조사해 보니 총 15편 중 9편(60%)이 복수극이다. 다만 6개 드라마를 방영 중인 KBS만 예외다. 특히 SBS는‘미세스캅’ ‘용팔이’ ‘애인있어요’ ‘어머님은 내 며느리’ ‘돌아온 황금복’의 5편 전체가 복수극이다.

5일 첫 선을 보인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계략으로 부모와 회사를 모두 잃은 주인공 신득예(전인화)가 무려 25년에 걸쳐 치밀한 복수를 계획하는 내용이다. 신득예는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시어머니의 비상식적인 시집살이를 견디고 갓 태어난 친자식까지 보육원 앞에 버린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35% 시청률을 기록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백호민 PDㆍ김순옥 작가가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제작발표회에서 백 PD는 “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한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혈압 유발하는 복수극, 장보리의 막장느낌이 난다” “함께 보는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된다”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복수로 향하는 설정은 갈수록 황당무계하고 과격해진다. 복수를 통한 인과응보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의도다.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여성의 방을 물바다로 만드는 장면(SBS ‘애인있어요’)은 오히려 소심한 복수로 보일 정도다.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이복오빠에 의해 강제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 깨어난 뒤 죽은 척을 하고(SBS ‘용팔이’), 자신을 죽이려 한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신이상자인 척하며 친구의 딸을 자기 딸이라고 주장(‘돌아온 황금복’)한다. 시청률에 급급한 제작진이 ‘통쾌한 복수극’이라는 전통적인 스토리에 자극적인 설정을 더해 이탈한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려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상일 드라마 평론가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불법과 악행을 저질러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며 “영화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시청 대상으로 하는 만큼 소재나 표현에 어느 정도의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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