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명퇴 뒤 귀농한 박병학씨
고향 단양서 악기·태권도 전수
귀농한 전직 경찰관이 시골 주민과 아이들에게 태권도ㆍ음악을 가르치는 재능기부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살다가 지난 2월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율곡리에 정착한 박병학(53)씨. 이제 막 농사일을 익히느라 바쁜 박씨는 시간을 쪼개 어상천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14일 학교 다목적실에서 열린 그의 첫 태권도 교실에는 이 학교 1~4학년 28명이 모두 참가했다. 박씨는 앞으로 매주 월ㆍ목요일 2시간씩 무료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로 했다. 박씨는 태권도 품새 뿐만 아니라 예절도 함께 가르칠 참이다. 기술보다 인내심, 자신감을 길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별방초등학교에서도 박씨를 태권도 교사로 초빙했다. 그래서 박씨는 내달부터 별방초등학교의 방과후 체육수업도 담당키로 했다.
태권도 공인 5단인 박씨는 1985년 무도 특채로 경찰관으로 임용돼 주로 경호 부서와 서울경찰청 특수수사대에서 근무했다. 1986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를 경호했고,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요인 경호를 맡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런 그가 명예퇴직 후 고향이 아닌 단양으로 귀농한 것은 젊은 시절 여행 중 만났던 단양의 산천이 그리워서다. 그는 특히 단양팔경의 절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귀농 후 박씨는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내는 것을 보고 태권도 교실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음악에도 소질이 있는 그는 마을 주민들에게 기타와 색소폰 등 악기도 가르치고 있다. 틈나는대로 이웃 어르신들의 망가진 집을 무료로 고쳐주기도 한다.
박씨는 농사꾼의 길로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빌린 밭에서 고추, 파, 땅콩 등을 재배해 대부분의 먹거리를 자급자족 중이다. 또한 지난 4월부터 1년 과정의 농업대학에서 본격적으로 농사 공부를 하고 있다. 여기서 배운 지식을 기반삼아 박씨는 내년부터 마 같은 특수작물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씨는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해 마음이 무척 설렌다”면서 “새 이웃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 더 행복한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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