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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 감동 담으려 고민… 추석마다 수능 치르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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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 감동 담으려 고민… 추석마다 수능 치르는 심정"

입력
2015.09.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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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간 추석 목표로 상품 구성

"식상한 생활용품이지만 소비자 지친 마음 움직였죠"

명화·여배우 콘셉 내놓아 성공

애경 브랜드마케팅팀의 김성민(왼쪽부터) 대리, 박길수 부장, 이승원 사원이 4일 서울 구로동 애경 본사에서 지난 9개월 동안 개발한 명화가 들어간 한정판 추석 선물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애경 브랜드마케팅팀의 김성민(왼쪽부터) 대리, 박길수 부장, 이승원 사원이 4일 서울 구로동 애경 본사에서 지난 9개월 동안 개발한 명화가 들어간 한정판 추석 선물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추석 연휴만 되면 차례상을 차리는 며느리처럼 마음을 졸이는 세 남자가 있다.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만드는 애경 브랜드마케팅팀의 박길수(43) 부장, 김성민(32) 대리, 이승원(29)사원이다.

14일 서울 구로동 애경 본사에서 만난 이들은 11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9개월 동안 추석 선물세트를 기획한다. 박 부장은 “매년 추석 때면 수능 보는 마음으로 어떤 업체의 선물세트가 잘 나가는 지 ‘추석 성적표’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발이 끝나 제품을 생산하는 7~8월에 가장 바쁘다. 박 부장은 “제때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용기 성형이 잘못되거나 오자가 인쇄되면 수십만 개 제품이 불량품 처리 되기 때문에 세심하게 챙겨야 될 게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뜻하지 않게 북한에서 문제가 터졌다. 선물세트 쇼핑백에 끈을 꿰는 북한 개성공단 측에서 “깊게 파인 의상을 입은 마릴린 먼로 그림이 선정적이라 작업을 하지 못하겠다”며 거부하는 바람에 설득을 통해 다시 생산하느라 전체 일정이 일주일 가량 늦어졌다.

여기에 선물의 의미인 감동을 담기 위한 고민까지 더해진다. 박 부장이 이 팀으로 왔던 2011년 당시 선물세트는 대표적 명절 선물이면서 가장 받기 싫은 선물로 꼽혔고 매출도 바닥을 찍었다. 이를 흔한 생활용품이지만 명절 때만이라도 세심하게 배려한 선물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기획을 한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명절용 한정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우선 디자인부터 혁신을했다. 애경의 디자인 센터 디자이너, 각 브랜드 매니저와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게 명화(名畵)와 여배우 이미지의 활용이었다. 이씨는 “소비자 조사 결과 선물을 통해 과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고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싶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명화와 과거 문화 트렌드를 이끌던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선물세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상 속 흔한 생활용품을 묶어 놓은 꾸러미가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평소 전시회나 박물관을 부지런히 다닌다. 영화 ‘로마의 휴일’ 속 트레비 분수 앞에서의 오드리 헵번 이미지는 이씨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로 떠난 늦은 여름휴가에서 영감을 받아 제안했다. 고흐, 클림트, 모네, 칸딘스키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담은 선물세트는 마치 전시회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들 3인방의 정성이 담긴 색다른 선물세트는 실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계속 떨어지던 선물세트 매출액 성장률이 오드리 헵번 선물세트를 선보인 2013년에 전년 대비 12%, 지난해 8% 오르며 성장세로 돌아섰다. 김 대리는 “이제 한정판 추석 선물세트가 애경의 히트 상품 중 하나가 됐다”며 “그만큼 다음 제품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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