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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그많은 외주사가 퇴직 간부들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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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그많은 외주사가 퇴직 간부들 밥그릇?

입력
2015.09.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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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자리에 낙하산… 3~6년 보장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도 과도

자리 보전하려 정치권 줄대기 극심

압력 탓 외주사 쪼개지기까지

특혜 의혹서 자유로운 곳 거의 없어

"검찰 수사로 관행 고쳐졌으면"

포스코 비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 비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등에 업고 납품권을 얻은 협력업체들로 확대되면서 현지 60여 외주업체들까지 떨고 있다. 포스코와의 독특한 커넥션으로 인해 특혜 의혹에서 자유로운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경북 포항지역의 포스코 협력업체들 4곳 이상을 압수 수색한 상태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당 이병석 의원의 측근이나 지인들이 운영하는 공통점이 있는 업체들이다. 하지만 포항 경제계는 수사가 다른 업체들로 확대돼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드물 것이란 분위기다. 포스코와 60여 외주업체들이 독특한 커넥션으로 연결돼 있는 탓이다. 포스코에서 퇴직하는 간부들은 기존의 외주 협력업체의 대표 자리로 이동하는 게 관행이다. 포스코 외주업체 대표이사들은 모두 ‘낙하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관료들의 ‘관피아’에 버금갈 정도의 ‘포피아’인 셈이다. 포스코는 퇴직 간부들에게 보통 3년의 납품권을, 그리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한 차례 연장해 6년간 납품하는 특혜를 제공한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일부 간부급 직원이 퇴사해 회사를 설립하면 1,2년 정도 납품권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승진을 못한 포스코 간부들은 퇴사해 외주업체 사장으로 이동하고, 다시 일정 기간이 되면 후배 퇴직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구조다. 실제 포스코 냉연 조업을 맡고 있는 Y산업은 포스코 부장 출신의 P씨가 1995년 창업한 이후 2003년엔 J씨에게, 다시 2006년에는 포스코 감사 출신의 C씨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어 2012년부터는 자재부 그룹장을 역임한 L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포스코 열연, 후판 등의 롤을 정비하는 R사는 포스코 환경에너지부장 출신인 K씨가 2005년 창업했는데, 현재는 포스코특수강 전무를 지낸 A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러한 외주업체들은 포스코 안에서 건설·운반·정비 사업이나 포스코 사옥ㆍ시설관리 업무 등을 하는데 60여 곳에 달한다. 대부분 자체 공장이나 설비가 없는 회사지만 형식상으론 어엿한 독립 기업이다.

외주업체의 낙하산 대표들은 3년 혹은 6년 임기 이후에도 대표자리를 내놓고 않고, 정치권의 힘을 빌려 자리를 유지하려는 사례도 빈번하다. 지역 정치인이나 정치권 실세들에 대한 줄대기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정치권의 힘이 작용하면 기존의 외주사가 쪼개지거나 합쳐지기도 한다. 지난 11일 검찰이 압수수색한 집진설비측정업체 W사는 본래 포스코의 집진설비 유지보수와 관리를 총괄하는 G사에 모종의 힘이 작용하면서, 집진설비 유지보수 업체 A사와 함께 쪼개져 탄생한 회사다. 외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병석 의원의 친구로 알려진 B사의 박모 대표는 2005년 포스코가 군소 외주업체 20여 곳을 통폐합해 5개사로 재편할 때, 제철소 내 전기배선 공사업체의 경영권도 확보했다. 같은 시기 이상득 전 의원의 특별보좌역을 지낸 김모씨도 P사 및 협력사 4곳을 묶어 만든 D사의 오너가 됐다.

포항의 경제계 한 인사는 “포스코그룹 회장 자리도 정권의 영향을 받는 판국에 외주협력사는 말할 것도 없다”며 “(외주사의 대표들은) 회사를 키울 생각보다 정치권에 어떻게든 로비해 버틸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외주사간 특이한 관계는 외주사는 물론 포스코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주사들은 납품권을 확보하면 당분간 일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더 키우거나 기술 투자에 나설 생각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계열사 및 외주사와의 거래를 포함해 모든 거래는 100%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포항지역에서는 권 회장의 방침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휘 포항경실련 집행위원장은 “20년 넘게 끌어 온 포스코와 외주사의 각별한 관계가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차라리 이번 검찰 수사로 일부라도 고쳐지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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