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와 관계 불편한데 의외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1년 반만에 고문 직함으로 한은에 다시 복귀했다. 통상 총재직에서 물러나면 후임 총재 임기(4년) 동안 고문직으로 위촉되는 관행에 따른 것이지만, 한은 내부에선 이주열 현 총재와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하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14일 한은 등에 따르면 김 전 총재는 작년 3월 총재 퇴임 후 가을학기부터 1년간 자신의 모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방문교수 자격으로 한국경제정책 강의를 한 뒤 최근 귀국, 지난달 말 한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한은 관계자는 “겸직 금지 규정 때문에 미국 교수로 활동하던 기간에는 고문직을 맡을 수 없었다”며 “귀국 직후 고문직을 제의했고, 김 전 총재가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한은 고문은 전직 총재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이지만, 한은 주변에선 김 전 총재가 전임 총재들과 달리 고문직을 맡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총재 시절 당시 부총재였던 이 총재와 상당한 갈등을 빚는 등 지금까지도 두 사람이 매우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김 전 총재 재임 시절 깜짝 발탁하며 이른바 ‘김중수 키즈’로 불렸던 이들은 이 총재 취임 후 1년 반 동안 대부분 한직으로 물러난 상태다. 김 전 총재는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 듯 서울 역삼동 한은 강남본부 사무실 등 각종 편의만 제공받되, 고문료는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한 관계자는 “고문이 상근직이 아닌 데다 사무실과 본관과 멀리 떨어져 있어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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