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한국 찾는 데미안 라이스
영화 클로저의 주제곡 '더 블로어스 도오터'(The Blower’s Daughter)란 곡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 음악인 데미안 라이스(42)는 오는 11월 한국 내한 공연 제안을 받고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서울 아닌 지역에서 그리고 공연장이 예쁜 2000석 미만의 곳에서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해외 아티스트가 내한하며 공연 지역 선정을 두고 특별한 주문을 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에서 라이스의 2회의 공연을 기획했던 공연기획사 엑세스엔터테인먼트(이하 엑세스)는 고민에 빠졌다. 관객 동원력과 경비 절감 등을 고려하면 서울의 같은 공연장에서 2회 공연을 꾸리는 게 효율적이지만, 라이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한 번 더 꾸리기로 했다. 여러 지역의 내한 공연장 정보를 받은 라이스는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11월22일)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11월24일) 두 곳을 택했다. 남가영 엑세스 대리는 "라이스는 유럽 등 해외에서 공연할 때 스폰서의 도움 없이 공연장 선정을 직접한다"며 "특히 한국에서 대해서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하고 공연을 하고 싶다고 요청할 정도로 나라 자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2012년 첫 내한 공연 전부터 한국에 흥미를 보였다. 남북으로 나뉘어 무장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자국의 정치적 현실이 한반도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앞서 라이스의 내한 공연을 준비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라이스가 한국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을 묻기도 하는 등 역사적인 부분에 대해 묻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라이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첫 내한공연을 마친 뒤 애정으로 바뀌었다. 공연 호응 좋기로 유명한 한국 관객들의 환대와 따뜻함에 반해서다. 2012년 첫 내한공연을 치른 라이스는 2013년과 2014년 서울 재즈페스티벌 출연에 이어 올 연말 공연까지 4년 연속 한국을 찾았다. 2006년 2집 '9'을 낸 뒤 8년 동안 공식 투어를 하지 않았던 그가 공연을 위해 세 번 이상 찾은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국 관객과 쌓인 추억도 많다. 2012년 그의 첫 내한 공연을 기획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스는 매니저 없이 "한국의 가수를 보고 싶다"며 홍대의 한 클럽으로 갔다. 관객들이 그를 알아보자 라이스는 즉석에서 깜짝 콘서트도 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준비할 때 관객들이 그의 대기실 앞에 몰려들자 공연 전 잠깐 나와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채식 주의자인 라이스는 한국에 오면 비빔밥을 꼭 챙겨 먹는다. 뜨기 전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던 소박한 그가 이번 내한 공연 라이더(공연 관련 요구사항이 담긴 문서)에 적어둔 의식주 요구사항은 와인 한 병과 물이 전부였다. 특별한 브랜드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남가영 대리는 "2010년 내한한 밥 딜런의 라이더와 요구사항이 같아 흥미로웠다"며 웃었다. 라이스는 잔잔한 첼로와 기타 연주에 나지막히 읊조리듯 노래해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 특히 인기가 높다. 그의 이름을 빗대 '쌀아저씨'라 불릴 정도로 국내에 친숙한 음악인기도 하다. 02)3141-3488.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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