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차량 트렁크 속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치정에 의한 살인이 아닌 강도살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차량 내부에서 지문과 DNA 등이 발견된 전과 22범을 피의자로 보고 공개 수배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4일 주모(35ㆍ여)씨를 납치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김일곤(48ㆍ사진)씨를 공개 수배하고 1,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김씨는 9일 오후 2시10분쯤 충남 아산시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에 타려던 주씨를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11일 오후 2시40분쯤 성동구 홍익동 한 빌라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트렁크 속 시신에 불을 붙인 뒤 달아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특수절도 등 전과 22범인 김씨는 폐쇄회로(CC)TV에 마트를 빠져나간 주씨의 뒤를 밟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 화면에서 김씨는 키 167㎝에 마른 체격으로 흰색 셔츠에 검정색 정장 상ㆍ하의를 입고 검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김씨는 범행 후 찍힌 CCTV에서도 같은 검은색 정장 상ㆍ하의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검정색 티셔츠에 어두운색 계열의 가방을 매고 왕십리 이마트에 들르는 모습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과거 성동구에 거주한 적이 있는 김씨가 차량을 끌고 범행 현장 근처를 돌아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씨의 휴대폰에서 김씨와 통화한 기록을 찾지 못한 점 등으로 미뤄 면식범에 의한 살인이 아닌 강도를 목적으로 한 살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김씨가 주씨를 억지로 차 안으로 밀어 넣는 등 납치를 시도하는 장면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지난 달에도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마트에서 30대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씨는 여성이 차에 타려는 순간을 노려 흉기로 위협했지만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자동차만 빼앗아 몰고 달아났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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