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16세에 한국 승마계에 데뷔한 김동선(26·한화갤러리아승마단)이 '왕의 길'에 들어섰다.
김동선은 지난 12일 독일 펄에서 열린 올림픽 국제선발전 그랑프리(CDI★★) 최종라운드 G그룹(아시아ㆍ오세아니아)에서 리우올림픽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의 유일한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에서 김동선은 66.940%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 승마 역사 100년 동안 올림픽 마장마술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3번째이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서정균은 마체 불량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1988년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다. 실력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준상이 유일하다.
김동선은 아시안게임-월드컵파이널-세계선수권-올림픽을 경험하게 된 국내 유일의 선수이다. 특히 유럽에서 인정을 받아 2013년에는 세계적인 권위의 독일 뮌헨 그랑프리에 초청받았다. 당시 뮌헨그랑프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톱 랭커가 대부분 참가한 수준 높은 대회였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는 선수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본선 도전은 김동선으로서도 어려운 도전이었다. 훈련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톱랭커들도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말에 오른다. 하지만 김동선은 '주경야독'했다. 낮에는 한화건설에서 일했고 퇴근 후 말에 올라 감을 익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선수에서 은퇴한 후 한화건설에 입사해 직장인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또 가족들의 기대가 컸기에 말만 타겠다고 고집을 피울 수도 없었다. 부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도 처음에는 취미생활이라며 올림픽 예선 준비를 숨겼을 정도다.
그리고 지난 8월 말 김동선은 돌연 한화건설에 휴가를 내고 유럽으로 향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한 마지막 티켓을 잡기 위한 도전이었다. 주변에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타고난 선수라도 올림픽 출전은 쉽지 않다. 게다가 1인2역을 해야 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김동선은 해냈다. 김동선의 강점은 타고난 신장(189㎝)과 유럽인처럼 긴 다리, 강심장이다. 승마계 관계자가 "김동선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와 있다. 도대체 긴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에도 김동선의 강점은 빛을 발했다. 등장부터 경쟁자들인 중국·일본·대만·홍콩 선수를 압도했다.
그리고 자신의 애마 부코스키와 100% 호흡을 맞춰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사실 김동선이 승마를 계속하는 것은 의외다. 이미 알려진 대로 김동선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이다. 가진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다. 그의 인생에서 말이 취미 이상이 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재벌들의 경우에도 대학 진학 이후에는 승마를 그만두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김동선은 말을 탄다. 그는 평소 "말이 좋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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