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내정설→내정포기설→낙마 順
퇴행적 인사 반복 가능성 우려 여전
요즘 광주시청 안팎에선 ‘Y(윤장현 광주시장의 영문 성 이니셜)식 인사의 법칙’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시 산하 기관장 등의 인선 과정에서 사전 내정설이 나돌고 여론이 나빠지면 “윤 시장이 내정설의 당사자에 대한 낙점을 포기했다”는 뒷말이 흘러나오면서 결국 당사자는 낙마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전 내정설의 당사자를 거의 어김없이 임명하던 윤 시장의 기존 인사 패턴과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외부 개방형 직위로 전환한 광주시서울본부장의 공모가 대표적이다. 시가 지난달 기존 서울사무소를 본부로 바꾸면서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하던 소장을 본부장(4급)으로 명칭을 변경해 개방형직위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직후 시청 주변에선 총리실 출신인 K씨의 사전 내정설이 돌았다. 특히 K씨의 내정엔 정치권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공무원노조가 “특정 외부 인사 채용을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하는 등 여론이 급속히 악화했다. 이어 윤 시장 주변에선 “윤 시장이 K씨의 임용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뒷말이 거짓말처럼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0일 서울본부장 응시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응시자 9명 중 K씨는 없었다. K씨에 대한 내정설 이후 흘러나온 K씨 임용포기설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2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광주복지재단 대표이사 내정자인 엄기욱(48)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놓고도 임용포기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엄 교수는 2009년 반(反) 시국선언 참여 의혹과 복지재단 혁신을 위한 전담팀(TF) 위원 활동 중 대표이사 공모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행적 논란은 물론 사전 내정설에 휩싸여 있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윤장현 광주시장이 청문회 결과와는 상관없이 엄 교수를 임명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재단 대표이사 인사도 ‘내정설→ 내정포기설→내정설 당사자 낙마’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패턴만 달리했을 뿐 설(說)이 끊이지 않는 퇴행적 인사가 되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시청 내부에서조차 “이런 인사 패턴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공정성 있는 인사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서울본부장 공모 과정을 보면서 윤 시장이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그나마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게 몇 조금이나 갈지 모르겠다”고 자조했다.
한편 일각에선 윤 시장의 이 같은 인사스타일 변화가 지방선거 때 자신을 도와줬던 주변 인사들의 청탁을 뿌리치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인사청탁 대상자에 대한 사전내정설을 주변에 흘려 여론 악화를 불러온 뒤 이를 빌미로 대상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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