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기능 인정한 복합추출물 천속단 효능 적어 놓고 한속단 넣어
성장과 무관… 독성실험도 안 거쳐"
3개월간 3.3mm 성장 효과도 의문
국내 최초로 어린이 키 성장 기능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가짜 천속단’ 논란으로, 지난 4월 파문을 일으킨 ‘가짜 백수오’ 사태와 유사한 양상이다.
14일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식약처가 최초로 키 성장 기능을 인정해준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HT042)에는 ‘한속단’이라는 식물이 포함돼 있는데, 이 추출물의 임상시험보고서와 기능성원료 신청서에는 전혀 다른 식물인 ‘천속단’의 효능을 적어 놨다”며 “그런데 식약처는 부실 보고서만 보고 기능성을 인정해줬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한속단은 통증완화 항염 효과가 있고 천속단은 뼈 형성 증대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HT042에는 키 성장과는 상관없는 한속단을 넣었으면서 서류에는 천속단의 효능을 적어, 마치 한속단이 키 성장 효능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 역시 “한속단은 독성이 약간 있어 복용량을 준수해야 하고, 임산부는 복용을 금지해야 하는 식물인데도 식약처가 허술한 보고서만 보고 통과시켜줬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한속단은 아직 독성실험도 거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신청 업체가 신장 하위 25% 미만인 10~15세 어린이 100명을 대상으로 12주간 매일 HT042를 섭취하게 한 결과, 섭취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평균 3.3mm 더 성장했다는 시험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해 8월 원료의 기능성을 인정해줬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HT042를 주원료로 ‘키성장 솔루션 업’이라는 건강기능식품을 지난 4월 출시했다. 80ml 한 병에 5,000원의 고가인데다, 8세부터 4년 동안 매일 마셔야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식약처가 처음으로 키 성장 기능을 인정해 준데 따른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동익 의원은 “청소년이 3개월간 3.3mm 컸다는 것은 유의미하지 않다”며 “식약처는 기존 HT042 심사자료를 철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김승희 식약처장은 “식약처는 한속단이 아닌 복합 추출물(HT042)에 대해 인정해 준 것으로, 복합추출물에 대한 동물실험 자료를 받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청주=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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