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서 역할 바꿔 모의재판
교사 체벌 주제로 시민까지 참여
시나리오 없이 6개월간 준비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로"
14일 ‘교사 체벌,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주제로 모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형사모의법정. “이영진(남교사)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로, 홍은미(여교사)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인천의 한 고교에서 남녀 교사가 2학년 학생을 체벌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된 가상 사건의 공판검사단에 속한 이영미(부평서여중 운영위원)씨는 차분하게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했다. 시민대표로 공판검사단에 참여한 이씨의 옆 검사석에는 인천지방변호사회 민병철, 한은석 변호사가 앉았다.
이어 모의재판의 재판장을 맡은 장재형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인 이영진과 홍은미 역할의 김성진, 김은솔 인천지법 판사에게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물었다. 두 판사는 시간차를 두고“인정하지 않습니다”라고 똑같이 답했다. 이들은 다른 학생을 다치게 하고 교사에게 대들며 욕설을 한 학생을 지시봉과 손 등으로 체벌한 담임교사와 체육교사 역할을 맡았다.
변호인단에 속한 김용규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이어 배심원들을 향해 “배심원 여러분께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부부장검사는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을 훈육을 포기한 채 방치할 것입니까, 훈계해 바른 길로 가게 할 것입니까”라며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믿고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바 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판사가 피고인과 증인이 되고 시민대표가 판사가 되는 모의재판이 처음으로 열렸다. 모의재판에서 검사는 변호인이 되고 변호사는 검사가 됐다. 이날 모의재판에는 ‘시민 솔로몬, 뒤바뀐 창과 방패 사이에서 판사를 재판하다’는 부제가 달렸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역할 바꾸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나누고 ‘법조’의 높은 벽을 허물어 시민들과의 소통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공판검사단과 변호인단에 속한 검사, 변호사, 시민대표는 학생 체벌에 쓰인 교사의 지시봉이 흉기인지 여부 등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등 실제 재판을 방불케 했다. 인천지법 판사 4명은 피고인 외에도 증인 역할을 맡았고 시민대표는 재판부와 공판검사단, 변호인단에 골고루 포진했다.
서경원 인천지법 공보판사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역할을 바꾼 최초의 모의재판으로 준비된 시나리오 없이 3월부터 실제 사건처럼 재판을 준비해왔다”며 “각 조직의 역할을 이해하고 시민들과도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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