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미국과 유럽간 여자골프 대항전 솔하임컵이 18일(한국시간) 독일에서 열리지만, 세계여자골프 판도는 사실상 한국 선수와 한국계 선수들의 대결 구도로 압축된 모양새다.
현재 세계랭킹 1위와 2위는 각각 박인비(27ㆍKB금융그룹)와 리디아 고(18ㆍ한국명 고보경)이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5개 메이저대회 중 4개 대회 우승자는 모두 한국 선수와 한국계 선수다. 첫 대회였던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브리트니 린시컴(미국)이 우승했을 뿐, 이후 박인비가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섰고,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는 초청선수로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가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과거에도 한국 선수와 한국계 선수의 대결 양상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치열함의 순도는 최근 몇 년 간이 훨씬 두드러진다.
초창기 한국계로 주목을 받았던 골퍼는 재미동포 펄신(48)이다. 그는 박세리가 US여자오픈을 비롯해 시즌 4승을 올리며 투어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1998년 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자신이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바통은 역시 재미동포인 크리스티나 김(31ㆍ한국명 김초롱)이 이어 받았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의 우승 행렬 속에서 한국계 선수로 2승(2004년 롱스드럭스챌린지ㆍ2005년 미첼컴퍼니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을 챙겼다.
한국계 선수가 국내 언론의 집중관심을 받기 시작한 때는 재미동포 미셸 위(26ㆍ한국명 위성미)가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서 우승한 2009년이다. 모델 뺨치는 8등신 미녀 골퍼의 등장에 한국 남성들의 시선은 온통 미셸 위에게 향했다. 이후 2012년 '천재 골프소녀' 리디아 고는 등장은 여자골프계의 판도를 뒤엎는 일대 사건이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시절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 두 차례 참가해 대회를 2연패했다. 특히 2012년에는 투어 사상 최연소인 15세4개월2일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신동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선수가 무려 6승을 합작했다. 미셸 위가 2승, 리디아 고가 3승, 크리스티나 김이 1승을 거뒀다.
올해에도 주목할 만한 한국계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호주동포 이민지(19)와 재미동포 엘리슨 리(20ㆍ한국명 이화현)가 주인공이다. 투어 신인왕 포인트 랭킹에서 이민지는 936점으로 김세영(1,200점), 김효주(1,108점)에 이은 3위를, 앨리슨 리는 693점으로 5위를 마크하고 있다. 앨리슨 리는 최근 3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렸며 미셸 위와 함께 솔하임컵 미국대표팀 명단에도 포함됐다.
올 시즌 한국(계) 선수들은 투어에서 총 17승을 합작했다. 박인비(4승), 최나연(2승), 김세영(2승), 양희영(1승), 김효주(1승), 전인지(1승), 최운정(1승) 등 한국 선수들이 12승을 올렸고 한국계 선수들은 5승(리디아고 4승ㆍ이민지 1승)을 합작했다. 한국 선수들이 수적으로 앞서는 만큼 승수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리디아 고와 이민지, 앨리슨 리 등 어린 한국계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여자골프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제 한국 선수들의 경쟁자는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 출신 선수들이 아닌 '한국계 선수'다.
사진=박인비-리디아 고(오른쪽, LPGA 제공)-미셸 위(아래, 페이스북).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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