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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리안 디아스포라

입력
2015.09.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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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교토의 우토로 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된 한국인 1,300여명이 거주했던 곳이다. 지금도 150여명이 하수시설조차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나마 땅 소유주인 일본 부동산회사의 퇴거명령으로 2년 뒤에는 마을에서 쫓겨날 형편이어서 삶의 터전은 물론, 과거 유산도 사라질 위기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달 초 ‘국민MC’ 유재석이 이 마을의 1세대 생존자 강경남(91세) 할머니에게 “너무 늦게 찾아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큰 절을 올리는 장면은 콧날을 시큰하게 했다.

▦ 1947년 식민지 출신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히로히토 일왕의 칙령으로 그때까지 일본 국적자였던 재일한국인은 졸지에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조선인’이라는 무국적자로 전락했다. 보상은 고사하고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취직 등 기본적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됐다. 일본뿐이 아니다. 식민지배와 분단으로 자의반 타의반 고국을 등진 한국인은 대부분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등에서 살고 있는 이들 후손은 수백만명에 달한다.

▦ ‘흩어지다’는 뜻의 그리스어인 ‘디아스포라(diaspora)’는 조국을 잃고 뿔뿔이 헤어져 살던 유대인을 가리켰으나 넓게는 외부 환경으로 터전을 떠나 외국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세 살 아기의 죽음으로 전세계의 각성을 부른 시리아 난민사태도 4년 넘게 계속되는 내전이 원인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터키 예맨 리비아 등 내전이 벌어진 중동ㆍ아프리카에서도 죽음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최대의 재앙이라는 난민은 세계적으로 6,000만 명에 달한다.

▦ 아시아 미주 유럽 등에 살고 있는 우리 해외동포는 75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 엄청난 숫자다. 최근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의 한인회를 중심으로 재외동포청의 신설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부 산하의 재외동포재단으로는 폭발적으로 커진 해외동포 사회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소극적이었던 새누리당에서도 이에 대한 법안까지 발의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번 난민사태를 계기로 불행하게 시작된 우리의 해외 이민사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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