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부패 고리 차단에 역점
112개를 40개로 통폐합 전망
증시 상장이 관건인데 상황 안좋아
일각선 "선언에 불과 알맹이 없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적자와 만연한 비효율ㆍ부패로 중국 경제 최대 걸림돌이 되어버린 국유기업에 민영화 요소를 강화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데다 기득권 세력 반발로 개혁안 자체가 어정쩡한 모습이어서 과연 구조조정과 개혁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이번 국유기업 개혁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혼합소유제’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혼합소유제란 소유권이 국가나 집단에 있는 공유제와 개인 등에 있는 비(非)공유제가 섞여 있는 체제를 뜻한다. 혼합소유제를 추진한다는 것은 결국 국유기업의 소유권 중 일부를 국가에서 민간으로 이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민영화다.
현재 중국기업 1∼12위가 모두 국유기업일 정도로 중국 경제에서 국유기업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국유기업(금융 제외)의 총 매출액은 56조5,000억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9.6%를 기록했다. 국유기업이 지난해 납부한 세금도 3조7,000억위안에 달해, 재정 수입의 28.5%나 됐다.
중국이 국유기업에 개혁의 칼을 꺼낸 것은 그 동안은 국유기업이 투자 중심 경제 성장 방식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점점 비효율과 부패 등이 심각해지면서 오히려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까지 매년 10∼14%에 달했던 중국 국유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13년 6.8%, 올해 상반기엔 1.9%까지 급락했다. 2008년 당시 풀린 4조위안의 경기 부양자금이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면서 과잉설비, 과잉재고, 과잉부채가 불어났다.
더구나 독과점을 누리며 손쉽게 이익을 챙겨 온 국유기업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며 이에 대한 사회적 불만도 커졌다. 이들은 대부분 당의 고위 간부들로, 기업과 정치권을 오가면서 막대한 부를 쌓고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했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중심으로 한 석유방(石油邦ㆍ석유업계 출신 정치세력)이 대표적인 예다. 공평과 정의의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새 지도부는 국유기업의 구조조정과 혼합소유제 개혁을 통해 이러한 폐단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국유기업 상장과 각종 투자자 유치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국유기업의 주식 소유 다원화를 실현하고 ▦민간 기업이 국유기업의 주식 혹은 전환사채 등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구체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이번 개혁안에서는 일정표가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 일각에선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혼합소유제 개혁이 선언에 그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혼합소유제는 결국 상장을 통한 민영화가 관건인데 현재 중국 증시는 우호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일단 전체 국영기업을 공익성 기업과 상업성 기업으로 나눈 뒤 인수ㆍ합병(M&A)부터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112개의 중앙 국유기업이 40개 정도로 통폐합될 것이란 게 시장 분석이다. 개혁안에서는 이사회 권한을 확대하고 경영층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 견제와 균형을 꾀하도록 했다. 노동 생산성과 연동된 임금 체계의 도입 등 동기 부여 측면이 강조된 부분도 주목된다. 그러나 국유기업에 대한 당의 통제력은 강화됐다. 국유기업 내 당 조직은 기업 지배 구조에서 법적 지위를 갖는다. 민영화가 돼도 국유기업은 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소식통은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국유기업 개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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