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경선 내일 2차 토론회
‘1994년이 아닌 1998년처럼 토론하라’(젭 부시), “나를 공격한 사람은 모두 추락했다’(도널드 트럼프).
CNN이 주최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 2차 토론회(16일)를 앞두고 여론조사 선두 트럼프와 반전을 노리는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진영이 상반된 분위기에서 토론전을 준비하고 있다.
13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부시 진영은 부시 전 지사가 정치 입문 이후 치른 12차례 토론회 가운데 각각 최악과 최고로 평가되는 94년ㆍ98년 플로리다 주지사 토론회 장면을 돌려보며 트럼프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참모들에 따르면 부시 전 지사는 토론장에서 너무 진지한 게 문제다. 94년 당시 민주당 현직 로턴 칠레스 주지사와의 토론에서 간단한 질문에도 장황하게 설명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또 트럼프처럼 칠레스 지사가 돌발ㆍ즉석 발언에 날리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해 패배를 자초했다. 반면 칠레스 주지사 당시 부지사와 맞붙어 승리한 98년에는 ‘특혜로 돈을 벌었다’는 비난을 일일이 해명하지 않고, ‘상대 후보도 비슷한 투자로 큰 돈을 벌었는데 아주 축하할 일’이라는 식으로 대응해 호평을 얻었다.
이런 분석을 통해 부시 전 지사 진영은 간결하고 짧고 유머스런 화법으로 트럼프와 정면 대결을 펼치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문가들은 “TV 토론에 능한 트럼프가 즉흥 발언으로 치고 나올 경우 얼마나 재치 있게 대응하느냐가 부시 전 지사의 2차 토론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예상한 듯,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공격한 사람치고 잘 된 사람 없다” 며 사전 방어막을 치고 나왔다. 또 주요 경쟁자로 떠오른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에 대해 “난 이 나라의 협상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벤은 그렇지 못하다”고 선제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와 카슨이 최근 여론 조사에서 각각 인기 1, 2위에 오른 만큼 2차 토론회에서는 뚜렷한 대비 속에 충돌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인기가 아이오와ㆍ뉴햄프셔 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두 자릿수 이상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클린턴 전 장관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CBS에 따르면 아이오와주에서 샌더스 의원은 43%를 얻어 클린턴 전 장관을 10%포인트 앞섰고 뉴햄프셔 주에서는 52% 지지로 30%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두 배 가까이 이겼다. 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46%로 23%인 샌더스 의원을 크게 앞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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