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ㆍ한국명 고보경)가 '천재 골프소녀'에서 '골프 여제'로 재탄생했다.
리디아 고는 13일(한국시간) 프랑스 레방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ㆍ6,453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렉시 톰슨(미국ㆍ10언더파 274타)을 6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그는 투어 역대 최연소(만 18세4개월20일) 메이저대회 우승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모건 프레슬의 기록(2007년ㆍ18세10개월9일)을 5개월 이상 앞당겼다.
리디아 고가 최고 골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그는 5살 때 가족과 호주 이모집을 방문했다가 어린이용 7번 아이언과 퍼터를 선물 받고 골프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후 그는 한국인 아버지 고길홍씨와 어머니 현봉숙씨를 따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동네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어린이용 골프채를 갖고 노는 리디아 고를 보고 연습장 코치는 부모에게 골프 여건이 좋은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라는 권유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 고씨는 원래 캐나다로 이민을 갈 예정이었지만, 코치의 말에 마음을 달리하고 골프를 하기에 여건이 좋기로 소문난 뉴질랜드로 방향을 틀었다. 뉴질랜드에서 리디아 고는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지 48일 만에 첫 라운드에서 130타를 쳤다.
리디아 고는 11세 때 뉴질랜드 여자아마추어 메이저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사상 처음으로 뉴질랜드와 호주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한 해에 동시 석권한 그는 2012년 1월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투어 뉴사우스 웨일스오픈에서 14세9개월의 나이에 우승, 이시카와 료(일본ㆍ15세8개월)의 세계 골프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당시 15세 남짓한 나이에도 매주 30시간 이상 연습을 하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부모의 지원과 타고난 재능, 여기에 끊임없는 노력이 어우러져 18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로 거듭난 셈이다. LPGA 투어의 최연소 우승(2012년)과 신인상(2014년), 세계랭킹 1위(2015년) 등 각종 기록도 모두 리디아 고의 몫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리디아 고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며 그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현재 세계랭킹 2위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시즌 4승과 함께 투어 통산 9승을 챙겼다. 48만7,500달러(약 5억7817만 원)의 우승 상금을 획득하면서 시즌 총상금 219만 달러(투어 2위)를 넘겼다.
리디아 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후원 계약을 맺은 캘러웨이의 한 관계자는 14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리디아 고는 남자골프의 배상문처럼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캘러웨이는 리디아 고가 남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계약을 맺었다. 향후에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후 인터뷰에서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만 18세 골프 여제의 시선은 어느새 올림픽을 향해 있었다.
사진=리디아 고(아래는 KLPG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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