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직접투자(FDI)보다는 차관에 상대적으로 많은 의존을 하였던 한국정부가 FDI 유입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은 1980년대 중반 들어서이다. 이후 정부는 지속적인 FDI 확대정책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2014년 FDI는 약 120억달러(도착 기준)와 약 190억달러(신고 기준)가 되어 세계 25위권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 규모에 비해 투자 유입액은 매우 미흡했다. 2012년 기준 FDI 잔액의 국내총생산 비중은 12.7%로 일본의 3.4%에 비해 높을 뿐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이다.
FDI 촉진과 투자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경제 규모에 비해서 FDI가 미흡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FDI에 대한 정부의 개발도상국형 시각 때문이다.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5,000달러에 이르는 국가가 아직도 노동비용에 의존하는 제조업 중심의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개발도상국형 유치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자본 유입이 제일 큰 목적도 문제다. 우리는 노동비용이 이미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중심의 투자유입정책은 효과가 없고 국내투자여력도 충분하다.
둘째로 세계적으로 유사 정책을 찾을 수 없는 국내외 자본에 대한 차별 정책이다. 외국인투자지역 및 경제자유구역 등에 대한 투자는 외국인 자본에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혜택을 받고자 외국인 사장을 내세우고 조건을 맞추기 위하여 억지로 외국자본을 투입하기도 한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교육과 의료시장을 개방하면서 외국인투자자에게만 영리를 허용하겠다는 정책이다.
국내 투자자는 영리행위는 안되고 외국인투자자는 영리행위와 자국으로의 이익 송금이 가능하다는 정책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과연 이러한 정책을 실시하는 국가는 몇 개국이나 될까? 정부와 KOTRA에서 발표한 33개국의 정책을 비교해 본 결과 우리처럼 국내외 자본에 차별적 인센티브를 실시하는 국가는 찾을 수 없다.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홍콩이나 대만 등 경쟁상대국들도 국내외 자본에 대한 차별이 없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국내 투자환경이다. 최근 주한 외국상의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외국인투자기업의 기업 활동 여건이 악화했다는 의견이 52.2%에 달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애로사항이 한국의 환경ㆍ노동규제문제이다. 특히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 관리에 관한 법률(화관법)’ 그리고 통상임금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리고 분야별로 보면 빈번한 세법 개정과 유예절차가 미흡하다는 세무, 낮은 정책 예측 가능성의 행정 등이 주된 애로상항으로 지적되었다. 이것이 과연 외국인투자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국내 투자자들도 동일하게 한국의 이러한 투자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문제이다.
이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일반적인 투자촉진법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내외 자본이 투자하고자 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고, 이들이 상호 투자를 통한 시너지 관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이것이 수요에 따라 투자하도록 하는 선진국형 투자 정책 방향이다.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인센티브가 작은 삼성이나 현대 기업 근처에 투자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수백 조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어서 충분한 투자여력이 있는 국내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투자를 못하고 있음을 보라. 규제왕국인 일본도 투자개방형 병원을 이미 시범 실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전략특구에 대해서 외국인 의사 진료를 허용하는 등 국내 의료환경 개혁을 통한 관광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경제발전 단계에 부합하는 각종 투자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혁하여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ㆍ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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