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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바벨탑 깎기

입력
2015.09.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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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의 배거리산은 형상이 배모양이어서 일명 석선산(石船山)이라고도 불린다. 천지개벽 때 모두 물에 잠기고 뱃전 크기만큼만 남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다른 전설은 옛날 홍수가 났을 때 마음 착한 부부가 배를 타고 피난을 했는데 물이 점차 불어나 산 꼭대기에 배가 걸렸다고 해서 배거리산이 되었다고 전한다(국토지리정보원 한국지명유래집). 1991년부터 시작된 석회석 광산 개발로 현재 배거리산은 산꼭대기부터 깎여나가 거대한 탑 모양으로 변했다. 피라미드의 황량함과 혼돈의 바벨탑을 연상시킨다. 배거리산에서 깎여나간 석회석은 집 짓고 도로 깔고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유용하게 쓰였을 것이다. 문명은 항상 자연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멀티미디어부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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