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ㆍ다자녀 등 이유 증명해야… 전업주부 0~2세 자녀엔 시간 제한
무상보육 가수요 예산 부담 지적에 "이용시간 제한은 복지 후퇴" 비판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맞벌이나 구직, 가족 간병, 다자녀 등 확실한 이유가 있는 부모들만 0~2세 자녀를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게 된다. 전업주부들은 오전 9시~오후 3시에만 자녀를 맡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3일 “내년부터 장시간 보육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하루 6~8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부모의 질병 등 필요한 경우에만 월 15시간을 추가로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12시간인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은 부모 맞벌이, 구직, 직업훈련, 학교 재학, 가족 간병, 다자녀, 임신, 조손ㆍ한부모ㆍ저소득 가정 등으로, 이를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전업주부 등은 하루 6~8시간만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이상 이용하려면 추가비용을 내야한다. 이기일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현재로서는 6시간이 가장 유력하다”며 “등원 시간부터 6시간이 아니라, 오전 9시~오후 3시 등 정해진 시간 내에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6시간42분이다. 이번 조치는 0~2세에만 해당하고 3~5세는 해당하지 않는다.
2013년 0~2세에 대한 무상보육이 시행된 후 정부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몇 시간을 이용하든 무조건 종일반 기준으로 보육료(0세ㆍ77만8,000원, 1세ㆍ53만7,000원, 2세ㆍ41만3,000원)를 지원하고 있다. 동일한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어린이집은 종일반을 이용하는 맞벌이 자녀보다는 짧은 시간만 이용하는 전업주부 자녀를 선호하고, 굳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낼 필요가 없는 전업주부들도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수요현상이 발생, 보육예산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복지부는 전업주부 자녀의 이용시간 제한으로 어린이집의 수입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해 현행 보육료를‘표준보육비용’(0세ㆍ83만1,000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 제한 방침에 대해 “7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며 동감하는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인터넷 육아카페 등에는 “2세 이하는 아직 어려 어린이집에 오래 둘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오후 3시면 아이를 데려온다”는 등의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전업주부 중 종일반을 이용하는 수가 많지 않은데 정부가 왜 굳이 이용시간을 제한하는지 모르겠다”며 “복지를 후퇴시키는 정책이라 찬성하지 않는다”라는 비판 의견도 있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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