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관계자들 따끔한 지적
한류를 이끄는 K팝 열풍이 해외 시장에서 정체기를 맞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아이돌 댄스그룹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해외 음악관계자들에게서 제기됐다. 똑같은 음악 스타일과 더불어 성형으로 얼굴까지 비슷한 K팝 아이돌그룹의 몰개성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K팝의 주 소비국인 중국 및 일본 음악시장 관계자들은 11, 12일 서울 상암동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열린 아시아뮤직네트워크 콘퍼런스에서 ‘해외에서 본 K팝’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2010~2012년이 K팝 열풍의 정점이었으며 그 이후로는 열기가 식고 있다”고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가장 큰 문제는 K팝의 장르가 너무 획일적이라는 점이다. C팝(China Pop)의 대부라 불리는 빌리 코 에이뮤직 라이츠 매니지먼트 대표는 12일 ‘아시아 음악 트렌드를 선도해온 K팝의 향후 과제’라는 발표에서 “비슷한 K팝 아이돌 그룹이 너무 많아 헷갈릴 정도”라고 꼬집었다. K팝 아이돌그룹이 세련된 이미지와 혹독한 연습생 생활을 바탕으로 한 칼군무로 사랑을 받았지만, 대부분이 댄스 아이돌 포맷인데다 음악까지 비슷해 식상하다는 설명이다. 대만 스타 아두를 발굴한 프로듀서인 빌리 코는 “중국의 K팝 아이돌 시장은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세 대형기획사의 아이돌그룹만으로도 포화”라며 “신생 기획사들이 세 회사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따끔한 충고를 남겼다.
빈 타지마 일본 음악출판사협회 이사이자 힙랜드뮤직 대표도 “동방신기와 카라 이후 방탄소년단 등이 주목 받고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라며 “록 음악 등 새로운 장르의 K팝 아티스트들이 진출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1일 한성호 FNC 대표가 ‘FNC 해외 진출 사례를 통해 본 K팝 글로벌 산업화’를 주제로 강연을 하는 자리에선, K팝 아이돌의 성형수술의 이유 등을 묻는 질문도 나와 K팝의 획일성에 대한 해외 관계자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K팝의 도약을 위해선 국내 제작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국제 교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롭 슈왈츠 미국 빌보드지 일본지사장은 한국일보와 만나 “K팝이 아시아와 남미에선 성공했지만, 북미와 유럽 대륙에선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자본력을 갖춘 대형기획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현지 유명 음악인과 공동작업을 통해 현지에서 인지도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