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 첫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를 ‘돈 선거 척결 원년의 해’로 선포하며 전례 없는 의지를 보였다. 농ㆍ수ㆍ축협과 산림조합장 1,300여명을 뽑는 선거가 올해 처음 중앙선관위의 관리 하에 치러지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십 년간 온갖 불ㆍ탈법으로 점철된 조합장 선거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선관위와 경찰까지 총동원되다시피 해 대대적인 단속, 계도활동도 펼쳐졌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대해 뭔가 남다른 기대를 걸게 된 이유였다.
그래도 조짐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불ㆍ탈법 선거행태가 자주 지면에 오르더니 결국 크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대검 발표에 따르면 총 1,326개 조합 선거에서 무려 1,334명이 선거사범으로 입건돼 이중 84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입건자중 당선자만 262명에 피기소자는 157명이나 된다. 당선자의 20%가 입건되고 12%가 재판정에 섰다. 이미 1심이 끝난 당선자 42명의 절반 가까운 19명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보아 엄청난 수의 당선무효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예년 선거에 비해 기소인원은 소폭 줄었으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구속비율이 더 늘어난 것은 선거사범 척결 의지가 그만큼 컸던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의 거센 국민적 여론과 정책적 노력에도 조합장 선거과열상이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 불ㆍ탈법 선거운동을 감수하고라도 당선 시 얻게 될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조합장은 임기 4년 간 억대 연봉에 사실상 지역 기관장에 준하는 예우를 누린다. 더욱이 대출에 있어서 금리, 한도 등의 전결권을 보유하는 등 온갖 지역사회 이권의 결정권을 갖는다. 종종 지자체 정치로 진출하는 유효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뒤집으면 자질이 못 되는 조합장이 당선되면 이해, 파벌, 농단으로 얼마든지 지역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캠페인이나 감시에 앞서 조합장의 기능을 분산하고 감사 및 견제 시스템을 포함한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는 선거풍토 개선이 쉽지 않은 이유다. 잘못된 조합장 선출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가로 막거나, 나아가 퇴행시키고 공동체적 문화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상시 계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성숙한 인식이 지역에 뿌리 내리도록 함으로써 근원적으로 탈ㆍ불법 선거의 기반을 없애야 한다. 물론 당장은 어떤 현실적 어려움이나 후유증을 감수하고라도 적발된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추호의 사정참작 없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먼저다. 농어촌 조합장 선거풍토의 개선 없이 농어촌의 선진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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