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법 축출이혼 인정여부 앞두고 주목
딴살림을 차리고 처자식을 내쫓은 남편에게 법원이 이혼불가 판결을 내렸다. 15일 유책 배우자의 ‘축출이혼’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단을 앞두고 나온 판결이라 주목된다.
A씨는 대학 시절 남편 B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대학교수였던 B씨의 아버지가 A씨의 가정환경을 이유로 결혼에 반대하자 둘은 1985년 혼인신고만 한 채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시아버지는 A씨가 두 아이를 출산하자 아파트를 마련해 주었으나 계속 며느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내와 부모의 갈등, 직장 스트레스까지 겹치자 B씨는 1991년 가출, 6년 뒤에는 다른 여성과 만나 두 아이까지 낳았다.
그 사이 시부모는 1999년부터 남편 없이 생활하는 며느리와 손주들 생활비 일부를 댔다. 손주들의 학교 입학ㆍ졸업식에 참석하는 등 아들이 비운 아버지의 자릴 메우려 노력했다. A씨도 2009년 유방암 치료 중 전신마비 증세를 앓는 시어머니와 대장암 판정을 받은 시아버지를 간호했다. 그런데 시아버지 병세가 회복 불가능 상태에 이른 2013년 남편 B씨가 가출 22년 만에 나타났다. 그는 아내에 이혼소송을 내고, 가족이 살던 선친 명의 아파트는 본인이 상속했다. 선친이 사준 아내의 자동차까지 견인해갔다.
이에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1심에 이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남편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는 무단가출해 가정을 돌보지 않고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았으며, 아버지 없이 성년에 이른 두 자녀에게 별다른 죄책감 없이 20년 이상 살아온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하는 등 부양ㆍ성실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B씨는 “선진국에선 혼인관계가 파탄나면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 추세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아무런 대책 없이 ‘축출 이혼’을 당하면 참기 어려운 곤궁을 겪게 된다”며 “A씨와 자녀들이 정신적ㆍ사회적ㆍ경제적으로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이혼 인정은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