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랭킹 사이트 기대 못 미쳐
50여년 묵은 적성국 쿠바와 수교하고 이란 핵 협상마저 관철시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 대학의 거센 로비는 극복해내지 못했다. 대학 개혁을 위해 미국 7,000여개 대학에 등수를 매기고, 부실 대학에는 연방정부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던 2년 전 약속을 별다른 설명 없이 백지화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오바마 행정부가 이날 미국 각 대학의 ▦등록금 수준 ▦학생 취업률 ▦학자금 대출규모 등이 담긴 인터넷 사이트(https://collegescorecard.ed.gov/)를 개설했으나, 처음 약속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버팔로 대학 연설에서 “현재 대학운영 시스템을 뒤바꿀 개혁에 나설 것이다. 대학별 순위를 매겨 미국 시민의 귀중한 세금이 불량 대학에 흘러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방정부가 축적한 등록금 및 학생 취업 데이터를 토대로 각 대학에 점수와 등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2015년까지 구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당초보다 크게 후퇴한 대학정보 사이트를 공개한 것은 개혁 대상인 미국 대학들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대학 평가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주요 엘리트 사립대 총장 등이 맹렬하게 반대 로비를 펼쳤는데, 반대 논리는 ‘인문학 위기’였다. 등록금과 취업률 등 수치에만 치중한 연방 정부의 평가계획은 각 대학으로 하여금 영문학, 역사ㆍ철학 등 인문과학은 포기하고 돈 버는 주요 학과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토록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담 포크 윌리엄스대 학장은 “(정부의 대학 평가는)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평가해 중대한 오해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담당해 유명해진, 케네스 스타 베일러대 총장도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교육 담당자들은 대학 반발에도 불구, 최근까지도 개혁안 관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실리아 무노즈 백악관 국내정치담당 수석 비서관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각 대학이 ‘제발 그만둬 달라’고 하지만, 우리 대답은 ‘이미 시작됐다’”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막판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책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주례 연설에서 애초 약속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을 생략한 채, “새로운 사이트의 개설로 미국 시민들은 고등 교육기관에 대한 믿을 만한 평가를 제공받게 됐다”고 자평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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