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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전쟁 막바지에 태동한 시구 '성조기'… 117년 만에 미국의 國歌로

입력
2015.09.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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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의 가사를 지은 미국 포병장교이자 아마추어 시인 프랜시스 스코트 키 (Francis Scott Key)
'성조기'의 가사를 지은 미국 포병장교이자 아마추어 시인 프랜시스 스코트 키 (Francis Scott Key)

2004년 미국 여론조사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Harris Interactive)는 미국인 61%가 국가(國歌)인 ‘성조기 Star-Spangled Banner’ 가사를 못 외운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듬해 전미음악교육협회(MENC)의 국가 부르기 캠페인인 ‘National Anthem Project’가 시작됐다. 9ㆍ11 직후였고, 이라크전쟁 와중이었다. 자동차기업 지프와 아메리카은행(BOA) 등 기업들이 돈을 댔고, 협회는 상금을 걸고 학교대항 국가 합창대회나 순회공연 등을 열었다. 명예 회장은 퍼스트레이디 로라 부시(Laura Bush)였다.

비판도 거셌다. 협찬사 로고가 행사장마다 따라다니는 걸 두고 국가주의와 상업주의의 결합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고, 음악 교육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애국심 등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육 자체의 이념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캠페인 초기부터 미 국방부와 개별 군부대들이 적극적으로 후원, 이라크전쟁에 대한 찬반 대립의 축 위에 캠페인이 놓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 돈과 열정으로 평화와 다문화 평등교육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개중에는 ‘성조기’의 음역이 너무 넓어(12음역) 부르기 힘든 데다 미영전쟁(1812~1815)의 적국이던 영국 작곡가(존 스태퍼드 스미스)가 만든 곡이라는, ‘근본적인’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성조기’의 가사는 미영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814년 9월 14일, 아마추어 시인이던 미국 포병장교 프랜시스 스코트 키(Francis Scott Key)가 지었다. 당시 영국 함선들은 볼티모어를 공략하기 위해 관문인 포트 맥헨리(Fort McHenry) 앞바다에 정박 중이었다. 포로 교환 협상을 위해 미군 대령(존 스튜어트 스키너)을 수행해 영국 함선 토넌트호(Tonnant)를 방문했던 키는 13일 영국군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함선에 억류됐고, 25시간 동안 지속된 포화 속의 포트 맥헨리를 먼발치서 지켜봐야 했다. 다음날 새벽, 그는 포연 속에 꺾이지 않고 휘날리는 요새의 성조기를 보게 된다. 그 감흥을 ‘포트 맥헨리의 방어 Defence of Fort McHenry’란 제목의 시로 썼다. 격정에 찬 그 싯구는 군인들이 권주가처럼 부르던 영국 노래 ‘천국의 아나크레온 To Anacreon in Heaven’선율에 얹혀 군가처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O Can you see~”로 시작하는 그 노래가 의회 의결을 거쳐 정식 국가가 된 것은 후버 대통령 재임기인 1931년 3월 3일이다.

전미음악교육협회는 키가 시를 쓴 9월 14일을 ‘미국국가의 날’로 정해 그들끼리 기념하고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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