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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벤, 노랫말로 본 '눈물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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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벤, 노랫말로 본 '눈물의 5년'

입력
2015.09.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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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외모에 '리틀 이선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가창력을 인정 받았다. 대중 가수로서 실패할 수 없는 두 가지를 지녔지만 벤(24)의 5년은 눈물 없이 설명이 불가능하다.

벤은 2010년 윤민수의 바이브 사단에 들어와 보컬그룹 베베미뇽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1년 만에 팀은 해체됐다. 설상가상 회사도 독립체로 거듭나기 위한 과도기를 거쳤다.

그 사이 벤의 앨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드라마 O.S.T나 '불후의 명곡'과 같은 음악 예능에서나 존재감을 나타낼 뿐이었다. 그렇게 5년, 벤은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길게 이어갔다.

꿈에 그리던 앨범은 지난 8월 '마이 네임 이즈 벤(My name is BEN)'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타이틀곡 '루비루'는 예상을 깬 댄스곡이었지만 실제 본인 얘기를 담은 곡을 따로 넣었다. 앨범명과 같은 이름의 수록곡이다. 조만간 후속 활동을 시작할 곡이기도 하다. 무슨 얘기가 담겨있는지 벤과 함께 노랫말을 뜯어봤다. 구절마다 얽힌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벤은 또 눈물을 흘렸다.

■My name is BEN

이제부터 내 얘기를 들려줄게

나의 꿈은 오랫동안 노래하며 살아가는 거야■

"밥먹으면서도 노래했다가 집에서 많이 혼났다. 시험시간에도 문제를 풀다가 나도 모르게 노래가 나온 적도 있다. 아직도 화장실에서 지르는 샤우팅은 엄청나다(웃음). 노래를 안하면 살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 인기보다 정말 오랫동안 노래하는 가수로 남고 싶다."

■추운 저녁 혼자 남은 연습실에는

작은 방을 가득채운 내 노래에

눈물이 있고 추억이 있어

그래서 모든 걸 담아서 가슴 터질 때까지■

"가장 마음에 와닿는 소절이다. 처음 봤을 때 읽다가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연습생 시절 없이 빨리 데뷔했지만 또 빨리 해체됐다. 이후 내 연습방이 따로 없어서 컴퓨터만 겨우 들어가는 작은 공간에서 매일 같이 혼자 노래만 불렀다. 그 안에서 밤 새워 난로를 켜놓고 노래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그러다 지쳐 담요를 덮고 새우잠을 자기 일쑤였다."

■난 노래해 니가 들을 수 있게

더 크게 노래해 니가 날 느낄 수 있게

너무 행복해도 한없이 슬플 때도

난 노래해 노래가 다라서

Here, My name is BEN■

"원래 투정 부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대표(윤민수)가 힘드냐고 물으면 제대로 말을 못했다. 보채는 것보다 묵묵히 혼자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했았다. 하지만 너무 길어지니 혼자 있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누구랑 얘기도 잘 못했다. 응어리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 밤새 노래였다. 내가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 하면서 참았다. 매년 다짐이 달랐다. 무언가 하나씩 이뤄나가는 보람이 있기도 했다."

■내 손끝에 굳은살이 배길 만큼

건반 위에 두드려진 내 노래가

아주 먼 훗날 너의 맘속에 기쁨과 눈물이 되기를

간절히 내 마음을 담아■

"피아노는 정말 많이 쳤다. 처음 소속사에 들어왔을 때 빅마마 선배들이 쓰던 연습실이었는데 전자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다소 오래된 것이었지만 부여잡고 엄청 연습했다. 잘 안 풀릴 땐 의자를 힘껏 내리치기도 했는데 정말 동고동락을 함께한 친구이자 내 분신이다."

■난 노래해 너를 위해

단 한 명이라도 어딘가에 이 노래를 듣고 있을■

"노래가 '일'이라고 생각하면 인기가 중요하다. 벤에겐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은영(본명)으로선 바라지 않는다. 꿈이 가수였지 TV 틀 때마다 나오는 연예인은 아니다. 편하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을뿐이다. 그래서 듣는 이가 백 명이든 단 한 명이든 상관없다. 그 한 명을 위해 노래하면서 살겠다."

■널 위해 내 목이 터져도 좋아

조금만 참아줘 언젠간 날아오를 테니까

나의 목소리가 온 세상을 돌아서

니 맘속에 닿을 테니까

Here, My name is BEN■

"사실 '루비루' 첫 방송을 끝내고 많이 속상했다. 무대 내내 정말 반응이 싸늘했다. 응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우려했던 일이지만 막상 와닿으니 앞이 깜깜했다. 그런데 한순간에 풀렸다. 끝나고 대기실을 나가는데 앞에서 기다리던 팬 두 명이 바닐라 라떼를 주는데 온 몸이 녹아내렸다. 그 분들 앞에서 못 울어서 곧바로 다시 대기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무도 박수치지 않아도 그런 팬이 있으니 엄청난 힘이 됐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뭔지 모를 뭉클한 마음이 있었다. 한 명의 팬이라도 그만큼 값진 게 없구나 했다. 그 덕택에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큰 자신감 얻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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