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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광기는 인류만의 특성… 인간성 본질 연구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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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광기는 인류만의 특성… 인간성 본질 연구의 열쇠"

입력
2015.09.1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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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끼 식사를 제 시간에 내 방으로 가져오시오. 그리고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나와의 모든 개인적인 관계를 포기하시오. 예를 들어 집에서 당신과 함께 앉아 있는 일이나 같이 외출하고 여행하는 일.”

아인슈타인이 결혼 후, 아내에게 제시한 요구서의 일부이다. 그는 현대 물리학을 정립한 천재 물리학자이지만, 그의 삶은 대중의 기대와 달리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첫 번째 부인 밀레바 마리치와 연애 중에 낳은 딸은 어디론가 몰래 입양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장애를 앓던 그의 아들은 스위스의 한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는데, 아인슈타인은 일생 동안 한 번도 병문안을 가지 않았다. 그는 종종 아내를 구타했으며, ‘더없이 추잡한 여자’라고 욕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천재 물리학자, 겸손한 박애주의자 아인슈타인의 사생활은 사실 어떤 면에서는 범부의 삶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의 탁월한 재능이 아니었다면, 그저 성격이 많이 이상한 사람이거나 혹은 무능하고 괴팍한 가장으로 남았을 것이다.

천재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지만, 천재적 인간들이라는 책을 펴낸 정신과 의사 에른스트 크레치머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바로 새롭고 독창적인 업적, 그리고 특별한 가치의 창조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이 가능하게 해주는 이른바 ‘특별한 정신기관’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러한 결정론적 천재론에 의하면 천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그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는 특별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광인의 정의는 무엇일까? 광기의 개념은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였다. 과거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도 포함되었으나, 12세기 이후부터 광기는 주로 주요 정신장애에 준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1964년 아카데미 사전에 의하면 광기는 감각, 정신의 소실 혹은 발광상태라고 정의되었다. 이른바 ‘대감금’의 시대에는 사회적, 종교적 규칙의 위반자, 심지어 정치적 반대자도 모두 광인으로 취급되기는 했었지만,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조현병이나 중증 우울증 같이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소인이 있는 심적 상태에 국한하고 있다.

천재성과 광기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이러한 연구의 핵심적인 논제는 바로 그리스적 천재의 전형성과 상당히 일치한다. 바로 착란과 황홀상태에서 내려 받는 신적 영감이자 타고난 재능이며 또한 저주받은 악마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한마디로 귀결될 수 있다. ‘하늘의 열성이 어린 시절 이후 나를 떠나지 않는 경이로운 재능을 나에게 주었다. 어떤 목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그것 때문에 하는 일을 그만두고 결코 다시 일에 매달리지 못한다.’? 플라톤, 알키비아데스.

인류학자들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시켜주는 여러 신체적 속성들은, 인류에게 적응적 이득을 주기 때문에 긴 세월을 거쳐서 선택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는 정신적 기제에서도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간과 아주 가까운 영장류 사회에서도 이른바 광기 어린 침팬지 혹은 천재 침팬지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천재성과 광기는 인류가 가진 특징이며, 이 두 가지 특성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바로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ㆍ신경인류학자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ㆍ신경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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